[시승기]미국서 타본 프리우스 서울서 또 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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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 특성상 '운전 습관'이 연비 좌우"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는 남녀 호감도 차이 클 듯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이렇게 말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를 사는 소비자들의 첫 바람도 일관된다. '연비 걱정만 덜어다오.' 그만큼 프리우스는 세계적인 고연비 차량의 대표 주자다. 공인 연비가 29.2㎞/ℓ다. 고유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답지 않게 잘 나가기까지 한다. 2010년 미국에서 프리우스를 렌트해 시승한 적이 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의 쭉 뻗은 도로에서 시원하게 나가는 프리우스에 놀랐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프리우스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 '신나게 밟아도 연비 걱정 안하게 해다오'라고. 마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공부를 조금만 더 잘 했으면' '미술도 잘 했으면' 하고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것과 같다. 지난 3일 욕심을 부린 채 두 번째 프리우스 시승에 나섰다.
◆청개구리 기자의 말로(末路)
이번 시승은 '제1회 도요타-다음 하이브리드 배틀' 행사 참가를 겸한 행사였다. 도요타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올 11월 말까지 에코 드라이버를 가리는 행사다. 자동차 전문 기자와 일반인들이 30주간 토너먼트를 통해 연비 대결을 펼친다.
시승에 앞서 도요타 관계자는 "연비 아끼는 법을 인터넷에서 찾아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연비 신경 쓰지 않고 달려보기'로 결심한 뒤였다. 시승은 서울역에서 경기 여주군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까지를 왕복하는 코스로 진행했다. 총 185km로 복잡한 시내와 영동고속도로를 아우르는 코스다.
토요일 오후 3시께 서울 시내는 복잡했다. 급정거가 잦았다. 고속도로에선 시속 100~120km로 달렸다. 약 4시간에 걸쳐 에코 모드로 시승했다.
프리우스는 세 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전기(EV)모드, 에코모드, 파워모드다. 순수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V모드의 경우 시속 40㎞ 속도로 1~2km 주행이 가능하지만 배터리 충전이 모자라거나 속도가 빠르면 작동하지 않는다. 에코모드는 엔진의 응답성을 낮춰 운전자가 최적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파워모드는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필요로 하는 언덕길 주행시 가속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었지만 한번 탄력이 붙으니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시속 120km 이상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달리는 맛'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정도다. 프리우스는 1.8ℓ급 가솔린 엔진을 달았다. 엔진 최고 출력은 99마력이지만 전기모터 힘을 합치면 총 시스템 출력이 136마력이다.
시승을 마친 뒤의 실연비는 18.5km/ℓ. 공인 연비보다 약 11km/ℓ가 적었다.
도요타 관계자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상 연비를 고려한 운전을 하면 연비가 높게 나오지만 기자와 같이 '무작정' 운전을 하면 그 정도(18~19km/ℓ)가 나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어 "현재 꼴찌에서 두번째 성적"이라고 덧붙였다.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하이브리드카는 운전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로 女心까지 잡았다
프리우스에는 계기반이 없다. 대신 대시보드 위쪽에 컬러 에코 디스플레이가 있다.
디스플레이는 '에너지 모니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차량 운행시 엔진 구동, 감속에 따른 배터리 충전, 모터 구동에 따른 배터리 방전 등 동력 계통의 상황과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준다.
변속 레버는 한 손에 '쏙' 들어온다. 이를 놓고 "장난감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센터페시아부터 센터콘솔까지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는 브리지(bridge)가 놓여있고 그 위에 변속 레버가 중간쯤 얹혀있다.
기어 포지션에는 파킹(P) 모드가 없다. 대신 오토스타트·스톱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파킹 모드로 전환된다. 프리우스 특유의 정숙함 역시 이 버튼에서 시작한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키면 디지털 계기반에 '레디' 표시가 들어온다. 이 표시를 보고서야 '아! 시동이 걸렸구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 이후 300만 대 이상 팔렸다. 판매 가격은 최상위급인 프리우스S가 4120만 원, 프리우스M은 3770만 원, 실속형인 프리우스E는 3130만 원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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