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유럽지역의 잇단 위기와 우려에 대해 "유럽연합은 절대 깨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며 "오히려 은행동맹(Banking Union)이라는 한 단계 발전된 과도기적 체제를 거쳐 더 나은 연합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4월 유럽 상황 점검을 위해 일주일 정도 유럽 각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미팅을 가졌던 은행 애널리스트들이 열이면 열 공통적으로 '유럽연합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은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창설된 공동체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창설된 공동체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연합체를 유지하려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지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게 현지 애널리스트들의 요지였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은행동맹이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사실 이번 스페인 구제금융은 예전에 비해 비교적 선제적으로 결정되고 시행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각론이 논의되겠지만 개론은 결정됐고, 그것은 '유럽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유럽과 관련해 파괴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박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개론의 문제가 아니라 각론의 문제"라며 "유럽 때문에 2차 급락이 나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은 경제적인 목적 이상으로 정치적, 문화적, 군사적인 목적을 함께 하고 있어 느리긴 해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동맹은 또 유럽의 재정동맹으로 가는 중간 이행기이며, 특히 독일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유일한 방안이라서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는 통화동맹 단계에 있지만, 이번 유럽 위기로 인해 은행 감독기구 및 범유럽 예금보장기구 등이 신설되는 은행동맹 단계를 거치면 궁극적으로 조세권, 예산집행권이 상위기구로 이양되는 등 재정동맹(Fiscal Union)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28~29일 EU 정상회담에서 은행동맹에 대해 보다 진전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박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이 경우 주식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다만 여러가지 각도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아주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며 "주식시장이 본격 반등에 나서는 시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