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권유해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인터넷 증권방송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홍이표)는 13일 이모씨(55)가 인터넷 증권방송을 듣고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T증권방송사와 방송 진행자 권모씨(49)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T증권방송사와 권씨는 이씨에게 손실 금액 3억8000만원 중 15%에 해당하는 569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코스닥 상장업체 A전자가 삼성전자와 1000억원대 계약을 체결한다” “A전자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다” 등의 권씨 말을 믿고 A전자에 약 4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었으며, A전자는 감사보고서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A전자는 결국 지난 4월 상장폐지됐고, 이씨는 T증권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인터넷 증권방송과 같은 유사 투자자문업자도 투자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인수합병이나 상장폐지와 직결될 수 있는 감사보고서 제출 여부는 매우 중요한 투자 정보인데도 권씨가 이에 대해 전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씨의 손해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고, 권씨가 허위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해 T증권방송사와 권씨의 과실 비율을 15%로 정했다”고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