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금융당국이 경영을 하는 게 속 편하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카드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푸념했다.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결정을 해야 하는 카드사가 금융당국의 잇단 개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그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침해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롯데카드는 최근 롯데마트가 이달 말 서울 독산동에 문을 여는 첫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의 단독 카드사로 선정됐다. 이를 놓고 삼성카드 결제만 가능한 코스트코와 같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된 데는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금융위는 롯데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가 사실상 롯데마트의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과열경쟁을 벌여 코스트코처럼 가맹점 수수료가 0.7%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초 롯데마트는 2개 이상의 카드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금융위의 고충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개입으로 정당한 경쟁 입찰에 참여하려 했던 카드사는 경영 자율권을 침해당했고, 롯데마트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롯데카드밖에 쓸 수 없게 된 소비자 역시 선택권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경영개입도 카드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KB국민카드가 ‘혜담카드’의 서비스 범위를 줄이려고 하자 “갑작스런 서비스 축소·변경을 자제하라”며 ‘경고’를 보냈다. KB국민카드 측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이 커지면서 지금과 같은 서비스로는 마케팅 비용이 과도해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서비스 선택 범위를 원상복구했다. 반대로 금감원은 카드사의 외형 확대를 제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마케팅 비용에 대해 감독지표를 설정하고, 1주일 단위로 점검하면서 적정 증가액(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혜택을 많이 주면 과당경쟁이라고 지적하고, 마케팅 비용 때문에 서비스를 줄이려 하면 소비자 권익이 침해된다며 제동을 건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금융당국이 경영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