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들이 잇따라 중소형 빌딩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는 조만간 국민은행 등 계열사들의 자기자본을 모아 서울을 비롯한 주요지역 중소형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가칭 KB그룹사모부동산투자신탁)’를 출범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정하지 않은 채 일단 돈을 모은 뒤 투자할 물건을 찾으면 신속하게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구상이다. 펀드 조성 규모는 4000억~6000억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이 운용을 담당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원하는 회사의 사옥을 사들여 다시 해당 회사에 임대를 주거나(SLB), 부동산을 개발해 운영권을 넘기고 고정 임대료를 지급받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직접 투자로 시작하되 앞으로는 기관투자가나 일반 고객들의 자금을 대신 투자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최근 자기자본 2000억원을 들여 부동산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사모펀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PB고객들을 모아 사모펀드 투자를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 증권 투자였고 부동산 투자는 찾기 어려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수십억~수백억원짜리 빌딩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 단위가 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수요를 모아서 빌딩에 투자한 뒤 빌딩 관리는 우리금융 계열사나 일반 관리업체에 맡기는 식으로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직·간접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11일 기준 5년물 국채 금리는 연 3.44%로, 어지간한 상품에 투자해서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주사들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연 7~10%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저금리 탓에 금융상품 수익률이 낮다보니 웬만한 투자자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이전처럼 높지 않은 데다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속성(하방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임대 수입이 보장된다면 지금이 가장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