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멋있고, 타면 즐겁고, 사면 만족하는 자동차"

도요타가 올해 한국 시장에 내건 슬로건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올 초 뉴 캠리 발표회를 시작으로 신형 GS시리즈, 올뉴 RX350 등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고객 만족을 위한 최고 가치를 이같은 3가지 요소로 표현했다.

요즘 한국도요타가 '운전의 즐거움(Fun to Drive)'을 메시지로 내세워 '젊은 도요타' 만들기에 한창이다. 수입차 주요 고객이 30대 젊은 층으로 옮겨간 사이 '운전 재미(펀 드라이빙)'를 강조한 독일차들이 판매 규모를 키우고 있어서다. 일본차 업체들도 독일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운전 재미를 강조한 차를 내놔야 한다는 평가다.


◆뉴 GS 및 RX 주행 성능 ↑···'Born to Drive' 메시지 전달

도요타가 운전의 즐거움을 광고 콘셉트로 정했다면, 렉서스는 '본 투 드라이브(Born to Drive)'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차세대 렉서스를 상징하는 차로 꼽히는 신형 GS 및 RX는 렉서스의 본질인 럭셔리 세단에 고성능을 더했다. 안락한 승차감은 유지하면서도 주행 성능을 보강해 달리는 즐거움을 부각시켰다는 게 회사 측 설명.

렉서스가 신형 GS에 운전 즐거움을 강조한 이유는 젊은 층 선호도가 높은 BMW, 아우디 등 독일차와의 경쟁 때문이다. 뉴 GS 발표회 때 방한한 카나모리 요시히코 수석 엔지니어는 "뉴 GS가 독일차를 잡기 위해 혹독한 주행 테스트를 거쳤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핵심 가치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렉서스는 한국 시장에서 7년 만에 풀 체인지된 신형 GS를 내놨다. 지난달에는 3년 만에 부분 변경한 신형 RX350를 출시했다. 두 차종은 차세대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드 그릴(렉서스 패밀리룩)을 채택했다. 달라진 새 얼굴은 대량 리콜 사태 이후 재도약을 노리는 렉서스의 변화를 보여준다.

신차는 구형과 비교해 날카로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고성능 라인업 'F Sport' 트림(등급)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특히 뉴 GS의 경우 가상의 '사운드 제너레이터(엔진의 회전 속도에 맞춰 배기 소리가 달라지게 만든 기술)'를 탑재해 엔진 사운드를 스포츠카와 유사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도요타, 스포츠카 86으로 '타는 즐거움' 알린다

"나는 아무나 다룰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단지 한 대의 차가 아닌 하나의 문화. 나는 '86'이다." (도요타 86 포털 광고 문구)

도요타는 이달부터 2000cc 소형 스포츠카 86 알리기에 나선다. 도요타 86은 올해 부산모터쇼에서 한국 시장에 첫 공개된 후륜 구동 스포츠카다. 차명은 유명 레이싱 만화 '이니셜D'에서 주인공의 차량으로 등장했던 'AE-86(하치로쿠)'의 숫자 86을 따온 것이다. 평소 모터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개발과 테스트에 참여할 만큼 열의를 보였던 차다.

86은 후지중공업이 만드는 스바루의 박서엔진 기술과 도요타의 직분사 기술을 조합한 '수평 대향 D-4S 엔진'을 탑재했다. 뉴 GS와 마찬가지로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적용해 고속 운전 느낌을 준다. 최대 시속은 230km이며 6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가능하다.

도요타 브랜드는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달리는 차'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베스트셀링카 캠리와 프리우스가 도요타를 상징하는 차로 인식돼 버린 탓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86을 시작으로 '펀 드라이빙'을 알리기로 했다. 한국도요타는 이달 14~16일 2박3일간 영암 F1 경주장에서 열리는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86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잇딴 신차 투입···향후 수입차 1위 목표

도요타는 올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꺾고 글로벌 생산·판매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세웠다.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신차 수를 늘려 판매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한 해 동안 한국 시장에 투입 예정인 신차(렉서스 포함)만도 무려 10여종이나 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한국시장 반격, 현대차 겨냥"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올 들어 잇딴 신차 투입으로 한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도요타의 장기적 전략에 주목했다. 도요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기점으로 미국산 차종을 늘리고 오는 2016년 수입차 관세가 철폐되면 현대차의 안방에서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 공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부산모터쇼는 도요타의 한국 시장 전략을 예측할 수 있는 행사였다. 그 예로 도요타는 부산모터쇼에서 86, 뉴 RX450h, 뉴 GS450h, 벤자 등 4개의 한국 데뷔 차종을 내놨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차 중 주목할 만한 업체는 도요타 밖에 없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대량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겪은 도요타가 올해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배경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 좋은 차를 만들자'는 자기 반성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현장을 돌아다니는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공격 경영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키오 사장은 부임 이후 한국 시장을 살리기 위해 두 차례나 방문했다. 대지진 직후인 작년 6월에 이어 올 초 뉴 캠리 발표회 때 다시 방한한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가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시장에서 도요타의 핵심 전략은 '가격 인하' 정책이다. 그 신호탄이었던 뉴 캠리를 비롯해 렉서스 신형 GS 및 RX 등 내놓는 신차마다 구형 대비 가격을 낮춰 한국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차이면서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을 어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도요타는 올 1~5월 6302대(렉서스 포함)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다. 뉴 캠리는 판매량 3221대(하이브리드 포함)로 180%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