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극에 달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와 미국 달러, 독일 국채 가격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최근 이틀째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스페인에 최대 1000억유로(약 146조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한 것과 맞물려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채권 버블’ 완화 조짐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미국 달러, 독일 국채 가격이 꼭지를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사상 최저인 연 1.45%까지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으나 이후 반등해 8일 연 1.64%로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일 연 1.17%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8일 연 1.33%로 마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된 후 나타난 ‘유로 약세·달러 강세’ 현상도 주춤해졌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달 31일 유로당 1.2376달러까지 내렸다가 지난 8일 1.2454달러로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5일 달러당 1185원50전까지 올랐다가 이날 1175원40전으로 하락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 달간 ‘채권 버블’이라고 할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했다”며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처럼 유럽 국가들의 정책 공조가 구체화될 경우 채권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구제금융은 일단 긍정적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도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완화시켜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지원으로 스페인 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현상이 일부 진정될 것으로 보여 투자심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뱅크런 현상이 일부 완화되면서 스페인이 경기 회복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어 증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중장기적으론 바뀐 게 없는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스페인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완화시켜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도 강도 약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079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8일에도 57억원을 사들였다. 선물시장에서도 매수 규모를 늘려 이달 들어 1만3187계약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스페인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데다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으며,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증시와 관련된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은 혼조세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로는 지난주 1억7000만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에서는 9억2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