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0일 오후 3시12분 보도
新부자의 탄생, 기업 팔아 대박난 그들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분 14.7%를 넥슨에 팔아 8045억원을 손에 쥐었다.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이후 15년 만이다. 그가 갖고 있는 지분 9.9%(시가 5800억원)를 합치면 1조원이 넘는 ‘현금부자’가 됐다. 김 대표처럼 손수 일군 회사 지분을 팔아 거액을 손에 쥔 사람으로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김순진 놀부NBG 회장 등이 꼽힌다.

○회사 매각으로 탄생한 현금부자들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등의 인기게임을 개발해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 8일 현재 시가총액은 5조8639억원. 대한생명 두산중공업 등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2위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가진 지분 25.6% 중 14.7%(321만주)를 8045억원(주당 25만원)에 팔았다. 나머지 지분 9.9%를 제외하더라도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이민주 회장은 2008년 C&M을 1조4600억원에 팔아 ‘투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이 회장은 1975년 봉제인형을 생산하는 조선아이앤씨를 150만원을 들여 창업했다. 이후 C&M을 설립해 2008년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신현성 대표도 티켓몬스터 지분을 지난해 미국 소셜커머스 회사 리빙소셜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격은 35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매각대금 중 신 대표가 얻은 이익을 15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5월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지 약 2년 만에 3만배의 이익을 냈다.

김순진 회장도 작년 놀부NBG 지분 대부분을 모건스탠리PE에 1200억원을 받고 팔아 1000억원대 현금부자 반열에 올랐다. 1987년 5평짜리 식당 놀부집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4년 만이다. 이 외에도 2008년 이니시스와 이니텍을 매각한 권도균 대표(약 1000억원), 2006년 첫눈을 매각한 장병규 대표(약 350억원), 2004년 넷마블로 알려진 플레너스를 매각한 방준혁 대표(약 800억원) 등도 창업을 통해 현금부자가 된 사람들로 꼽힌다.

○신사업 추진과 벤처양성 활동 중

창업주들이 회사를 매각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것이 ‘먹튀’ 논란이다. 회사를 더 키울 자신이 없으니 지분을 팔고 떠난다는 시각이다. 김택진 대표의 지분 매각 소식에 엔씨소프트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과거 게임업체 대표들처럼 김 대표도 게임업계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창업주들의 회사 매각을 대승적 차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회사 매각 이후 얻게 된 현금을 신사업이나 벤처기업 양성 등에 투자하며 선순환 구조를 이룬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신현성 대표는 최근 ‘패스트트랙아시아’라는 법인을 설립해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병규 대표와 권도균 대표 역시 지분 매각 이후 창업 초기 단계의 회사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엔젤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와 동시에 벤처기업에 경영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김순진 회장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놀부NBG의 경영 자문을 맡아 창업주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도 매각 대금을 새로운 영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시너지효과가 충분한 만큼 김 대표가 쉽게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김 대표가 평소 야구단 등 신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영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