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블루칩 작가로는 역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오지호 도상봉이 꼽힌다.

이중섭의 경우 2005년 가짜 그림 파문으로 한동안 거래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시장에 나왔다 하면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미술전문가들은 이들 작품이 국내 미술시장에서 이미 충분한 검증 과정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을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생존 작가 중에는 이우환 천경자 김종학 김창열 오치균 사석원 씨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블루칩 작가군에 속한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해 미술관과 화랑 등에서 화가, 미술 애호가, 관람객 573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우환 씨가 인지도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천경자(2위) 김종학(3위) 김창열(4위) 박서보(5위) 김흥수(6위) 순이었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 씨는 작년 13위에서 10단계나 뛰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서도호 씨(7위)를 비롯해 강익중(8위) 이용백(10위) 정연두(11위) 이불(12위) 강형구(19위) 양혜규(26위) 최우람(27위) 씨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끈 작가들의 순위도 크게 올랐다. 색채화가 이두식 씨(9위)와 이왈종(13위) 민경갑(15위) 배병우(16위) 서세옥(17위) 씨 등 원로 작가들이 20위권에 랭크됐다.

# 박수근(1914~1965)

미술품 경매의 스타 작가는 단연 박수근 화백이다. 박 화백은 한국 미술시장의 동력이라 할 만큼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 5월 서울옥션경매에서 그의 1950년대 작품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이하 구매 수수료 제외)에 낙찰,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컬렉터들이 박 화백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한국적 소재와 기법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이웃을 정감어린 기법으로 그려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시킴으로써 컬렉터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 이중섭(1916~1956)

천재화가 이중섭 화백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대상이었던 소의 특성을 선하면서도 우직하게 묘사해 추앙을 받고 있다. 하지만 6·25전쟁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서귀포 피난 시절을 경계로 민족적인 주제 의식에서 점차 자전적인 내용으로 전이돼가는 변화를 보인다. 이 화백의 유화 ‘황소’는 2009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 국내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 김환기(1913~1974)

수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작년 경매 낙찰총액 70억원을 돌파하며 박수근 화백을 누르고 미술시장의 새로운 ‘황제주’로 떠올랐다. 김 화백의 작품 ‘꽃과 항아리(정물)’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낙찰, 국내 경매 사상 세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 이우환(1936~)

국내 미술시장의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5월 소더비의 뉴욕 경매에서 그의 1976년 작 ‘선으로부터’(64.8×52.7㎝)가 36만달러(약 18억원)에 팔려 해외 시장에서 거래된 국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생존 작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이 화백의 그림값은 지난 2년 동안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내렸으나 지난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이 화백의 1979년 작 ‘선으로부터’(129.3×193.8㎝)가 경매돼 수수료를 포함해 142만6500달러(약 16억2650만원)에 낙찰됐다.

# 장욱진(1918~1990)

장욱진 화백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가격 상승 폭으로 따지면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1950~1960년대 구작과 1980년대 이후 신작으로 구분돼 가격이 형성돼 있으며 희소가치가 높은 구작이 신작에 비해 비싸다.

# 유영국(1916~2002)

평생 명예와 권력, 돈을 모르고 아티스트로만 살다 간 유영국 화백은 일제 시대의 모방 미학을 뛰어넘어 해방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아젠다’를 세운 선구자다. 1983년 신세계미술관 개인전에서 작품 가격을 당시 국내 작가 중 가장 비싼 호당 80만원에 내놓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오지호(1905~1985)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오지호 화백 역시 국내 미술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졌으나 최근 들어선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그의 작품은 설경(雪景)과 해경(海景) 작품으로 구분된다. 인상주의 특성을 보다 잘 살리고 있는 해경 작품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 도상봉(1902~1977)

국내 미술시장에서 정물화의 매력을 일깨워준 작가다. 시장에선 꽃그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경매시장에서 그의 10호 크기 꽃그림이 3억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 천경자(1924~)

천경자 화백의 작품 가운데 미인도가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국적 이미지와 원색이 더해지며 신비스런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