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화가 이대원 김종학 이대원 장욱진의 그림이 안방에 걸린다. 넓은 거실 끝 복도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이 놓여 있고, 조선시대 후기 목가구가 우아미를 발한다. 화장대, 콘솔에 비치된 그림과 사진도 아기자기하다. 회화 조각 사진 등 미술품으로 꾸민 아파트와 사무실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최근 미술품이 사무실과 집안 인테리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 값이 최근 3~4년간 조정을 받은 만큼 컬렉터에겐 지금이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장만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미술 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면서 경매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를 우선적으로 컬렉션하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고를 땐 기본적으로 작가적 독창성과 ‘손맛’이 살아 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구별, 연령별, 직업별 ‘1억원으로 경매시장에서 미술품 성공투자 포트폴리오’사례.
[Art & Investing] 강남 중산층, 김환기 '산월'· 앤디 워홀 '플라워즈' 응찰해볼만

◆강남에 사는 중상층 가구

안방과 거실에 걸어둘 미술품을 두세 점 구매해, 집 안의 분위기를 바꿔 볼 수 있다. 안방에는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파스텔톤이나 채도가 낮은 분위기의 작품을 걸어주는 것이 좋다. 박서보의 ‘묘법’이나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회귀’, 곽인식의 ‘WORK 80 R’(3000만원)을 추천한다. 모던한 거실공간을 연출하고 싶다면 톤 다운된 추상화나 미니멀한 작품을 추천한다. 윤형근의 ‘무제’(2000만원)나 이강소의 ‘섬으로부터’(1800만원)가 적당하다. 또 평면에 입체감을 드러낸 작품을 걸면 공간을 풍성하게 연출할 수 있는데, 고영훈의 ‘스톤북’(6000만원)을 추천한다. 독일 사진작가 칸디다회퍼의 작품(4000만원)을 걸어서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밋밋한 거실에는 원색적인 이대원의 ‘농원’(3000만원),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인 김흥수의 ‘여인’(4500만원)을 걸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색채가 있는 운보 김기창의 산수화(1000만원)를 소파 위에 걸어두면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해외 작가 탐 웨슬만의 ‘Study for sunset nude’(2000만원)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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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맞벌이 부부

모던한 집안 분위기를 원한다면 너무 난해하지 않은 국내외 작가의 구상과 조각이 어울린다. 거실에는 심미적인 면을 충족시키면서 국내외 미술시장에서도 거래가 가능한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ART’(8000만원)를 권한다. 또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과 매치할 수 있도록 피카소의 석판화 ‘여인’(500만원),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안’(600만원)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책이나 꽃병을 올려 놓을 수 있다.

◆50~60대 중년 가구

고미술과 현대미술에 두루 관심을 갖는 50~60대 중년 부부에게는 젊은 작가보다는 미국 등 해외아트페어나 경매에서 주목받는 원로·중견 작가 작품에 응찰할 것을 권한다. 소장이나 감상보다 투자에 염두를 둔다면 개인적인 기호보다는 시장에서의 환금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오치균의 130㎝ 크기 풍경화 ‘교외’(6500만원), 장욱진의 도자화(800만원), 조선시대 목가구 잔탁(900만원)을 거실과 다이닝 룸에 배치, 은근하지만 평화롭고 안락한 거실 분위기를 연출해 볼 만하다.

◆150㎡ 이상 아파트 거주 대가족

연세가 드신 부모님의 안방에는 청전 이상범의 ‘설경산수’(1400만원), 소정 변관식의 ‘부항춘일’(4000만원) 등 고미술 작품을 추천한다. 단색조 회화의 대표작가 정상화의 추상화 ‘무제 91-2-8’(2500만원)도 적당하다. 화려한 작품을 원한다면 김종학의 ‘매화’(4000만원)도 좋다. 젊은 부부의 침실에는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김종학의 ‘풍경’(9000만원)을 걸어두면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이들 방에는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마을’(9000만원)이나 영국 인기화가 데미안 허스트의 ‘Methionine’(1200만원), 앤디 워홀의‘Doublehamburger’(4400만원)’,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품을 걸어둘 만하다.

◆해외 출장 잦은 30~40대 부부

추상화가 정상화와 박항률의 차분한 작품,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 조선 후기의 이불장을 중심으로 한 컬렉션을 권장한다. 드레스 룸에는 밝은 분위기의 김동유 씨 작품 30호 크기의 ‘마를린& 케네디’(3200만원), 침실에는 박항률의 20호 크기 작품 ‘새벽’(1000만원), 복도 끝에는 추상화가 정상화 씨의 ‘무제’를 배치하면 좋다. 거실이나 다이닝 룸 입구에는 1000만원 상당의 살바도르 달리의 작은 조각을 배치해 볼 만하다.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는데 조선시대 후기 느티나무와 놋쇠로 제작된 1000만원대 목가구가 어울릴 것 같다.

◆40대 대기업 직장인

블루칩 작가의 소품과 판화 작품 한 점을 구매해 거실이나 안방 공간을 우아하게 연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작으로는 이중섭의 은지화(8.7×15.4㎝, 4000만원)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를 권한다. 판화 작품으로는 오윤의 목판화 ‘강쟁이다리쟁이’(47.5×50㎝·1200만원), 백남준의 판화집(1200만원), 해외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Red Barn’(1500만원)이 적당하다.

◆최고급 아파트 거주한 기업인

최고급 주택이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차별화된 집에 산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김환기 천경자 장욱진 등 국내 인기 작가의 1억원 상당 작품 한 점을 사두는 것이 좋다. 미술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면서 투자를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실은 유럽산 수입 목재와 실크 벽지 등 최고급 자재와 어울리는 이왈종의 100호 그림(1억원)을 비롯해 한지 작가 전광영의 51호 ‘집합’시리즈(1억원), 이우환의 50~70호 ‘바람’시리즈(1억), 김창열의 100호 크기 ‘물방울’ ‘회귀’시리즈(1억원) 등을 걸어두면 무난하다.

◆40대 맞벌이 부부

국내 주요 기획전이나 화랑전시에 참여하고 국내외 경매에서 주목받는 작가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김환기와 천경자 등 대가의 그림과 장욱진의 도자 그림 경매에 도전할 것을 추천한다. 차분하고 모던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밝은 거실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김환기의 종이에 과슈 작품 ‘산월’(2500만원), 천경자의 소품 ‘사웅파울로 동물원에서’(4500만원), 장욱진의 도자화 2점(1600만원)도 적당하다. 또 안방에는 조선시대 호도나무와 놋쇠로 제직된 서류함(2000만원)을 배치해 안온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대형 아파트에 사는 50대 직장인

감상과 투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서재에는 차분한 분위기를 내는 김창열의 8호 크기 ‘물방울’(1500만원)이 괜찮다. 다이닝 룸에는 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해줄 김종학의 1992년작 ‘꽃밭’(1000만원), 자녀방에는 선명하고 단순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류병엽의 ‘풍경’(900만원)을 걸어볼 만하다. 거실 중앙에는 이우환의 1991년작 30호 크기 ‘바람과 함께’(5000만원)를 배치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준다.

◆중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3인 가구

거실에 20호 크기의 작품이 적당한 데다 투자 목적으로도 권장할 만하다. 서재에는 김창열의 문자가 들어간 물방울 작품(2300만원)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다이닝 룸에는 단순하지만 선명한 색감의 류병엽의 ‘정물’(700만원)을 배치하면 좋다. 또 안방이나 자녀방에는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1980년작 ‘누운 이이’(5000만원)을 걸어 전체적으로 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된다.

◆펜트하우스에 거주한 60대 기업인

[Art & Investing] 강남 중산층, 김환기 '산월'· 앤디 워홀 '플라워즈' 응찰해볼만
큰 평형 아파트 거실에는 100호(160×132㎝) 이상 대작을 걸어볼 만하다. 영국 인기 작가 마크 퀸의 꽃그림 100호 크기 1점(7000만원)과 이스라엘 작가 걸스타인의 조각(3000만원), 또는 유선태 씨 150호(5000만원)와 도성욱 씨 100호(4000만원), 손석 소품(1000만원) 각 1점 등 두 가지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중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거실에 최소 100호 이상 크기의 작품이 적당한 데다 투자 목적으로도 권장할 만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