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 금리를 동결한 8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 금리수준인 연 3.25%까지 떨어졌다. 3년물 금리가 1년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금통위 논의를 통해 엿볼 수 있는 한은의 입장변화도 향후 기준 금리 인하를 점치게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채권시장에 이상기류

안전자산 쏠림…3년 국고채, 하루짜리 콜금리와 같아졌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내린 3.25%에 마감했다. 지난 4일 3.26%까지 내려왔다가 이틀 연속 반등했으나 하루 만에 그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10년 12월23일(3.23%)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로써 3년물 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인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자금을 하루 빌려 쓰는 거나 3년 빌려 쓰는 것이나 금리차가 없어진 셈이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까지 떨어진 건 2003년 6월과 2004년 10월, 2008년 3월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1년물 국고채 금리도 0.04%포인트 내린 3.26%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1년물이 3년물 금리보다 높아진 것이다. 지난 4일 1년과 3년물 간 금리 역전이 나타난 후 3일 만에 또다시 뒤바뀐 것이다. 장기물인 5년물 국고채금리는 보다 큰 폭으로 빠졌다. 5년물 국고채금리는 0.07%포인트 하락한 3.35%를 기록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지역의 경제지표들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 강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선반영

안전자산 쏠림…3년 국고채, 하루짜리 콜금리와 같아졌다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으로 떨어지고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건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조된 때문이다. 단기금리에 비해 장기금리가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리 수준이 바뀐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최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향후 1년 이내에 1차례 이상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도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 인식에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유로존 문제에 대해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 정도로 표현했으나 이번에는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만 우리선물 연구위원은 “김 총재가 경제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확대시켰다”며 “시중 금리의 하락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