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긴 역사의 옛 이야기는 차치하고 ‘숫자’가 아닌 정성적(定性的) 측면에서 메리츠화재의 강점과 약점으로 생각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창의적 전략 수립

메리츠화재는 가장 오래 된 보험사지만 전략 측면에서는 젊고 창의적이다. 보험업은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만기가 가장 길다는 속성 때문에 변화 속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느리다. 그렇지만 메리츠화재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뿐 아니라 수용도 빨랐다.

대표적 사례가 독립법인 대리점(GA)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의 활용이다. 메리츠화재는 2005년 이후 부상한 새로운 채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검증되지 않은 채널 활용에 대해 업계와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계약 유지율, 손해율 측면에서 기존 채널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점차 보험업계에서도 인정받는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에는 대부분 대형사들이 GA 채널 활용에 뛰어들었고, 올해는 업계 리더인 삼성화재마저 의욕적으로 GA 시장 진출 전략을 내비쳤다. 메리츠화재가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수용하고, 동시에 변화를 이끈 것은 창의적 접근의 소산이라고 해석한다.

○수익성 중심 경영

수익성 위주 경영도 메리츠화재의 큰 특징이다. 과거 한진그룹 계열 손해보험사였지만, 계열분리 이후인 지금은 아니다.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이 계열분리 이후에도 모그룹의 보험 물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메리츠화재는 일부 고객 그룹사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수익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수익 중심 경영은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점유율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익성이 비교적 낮은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005년 8%에서 최근 6%까지 낮아졌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장기 보장성 보험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0%에서 11%로 늘었다. 보장성 보험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인보험 점유율은 10%에서 12%대로 높아졌다.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집중 전략은 경쟁 손보사들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손해보험업계는 2005년부터 보장성 보험의 성장 과실을 누려왔는데,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조치가 시행된 2009년부터는 업계의 성장률이 낮아졌다. 대부분 회사들은 마진이 낮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확대하며 대응해왔다.

메리츠화재는 2011 사업연도에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시장에서 업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보장성 신계약 위주의 영업 방침을 고수하다 보니 장기보험의 수익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 즉 장기보험 보험료 중 ‘위험보장과 관련된 보험료’(위험보험료) 규모는 다른 대형사들에 비해 많은 편이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위험보험료 규모는 연간 7800억원으로 업계 2위권 회사 평균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 개선해야

메리츠화재의 단점은 높게 나타나는 수익성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선 낮은 지급여력비율이 그중 하나다. 지난 3월 말 현재 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 비율)이 176%다. 시장에서 적정 기준으로 여기는 200% 수준에 못 미친다.

작년 초 지주사 전환을 거치면서 기존 메리츠화재가 금융지주회사와 (분할 후) 메리츠화재로 쪼개지다 보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최소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요구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GA 채널 관련 경쟁력 약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올 들어 모든 보험회사들이 공격적으로 판매채널 보강에 나서며 경쟁이 격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화재가 GA 채널에 대한 점유율 확대 방침을 밝힘에 따라 메리츠화재가 강점을 가진 GA 채널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GA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GA를 통해 빠른 성장을 달성한 메리츠화재나, 새롭게 GA에 진출하려는 삼성화재나 모두 이번 경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까지 생명보험 상품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는 GA가 많은 가운데,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손해보험상품 취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GA를 통한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가 여전히 충분한 성장 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메리츠화재는 GA 채널에 대한 우수한 지원 체계를 발판으로 채널 확보 경쟁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chlee@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