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규 메리츠화재 사장(51·사진)이 취임한 것은 1년 전인 2011년 6월10일이었다. 1922년 출범한 국내 최초 보험사에서 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돼 화제를 모았다.

그의 1년 성적표는 어떨까.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결산 결과 메리츠화재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연평균 이익 성장률은 업계 1위다. 송 사장은 “고객이 선택하고 주주가 투자하고 싶어하는 보험사가 돼야 한다”며 ‘명품 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창립 90주년을 맞은 해인 만큼 또 한 번 ‘제2의 창업’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CEO로서의 1년을 되돌아본다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외형 성장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된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행히 전반적으로 괜찮은 경영 성과를 내면서도 금융감독원 고객만족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순이익만 놓고 보면 창사 이후 최대인 1646억원을 벌었습니다.”

▷작년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죠.

“금융지주 체제로 바뀜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는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게 고객정보 활용이죠. 직접 피부에 와닿는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지주 산하에는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금융정보 등이 있지요. 효과를 더 높이는 방안을 계속 연구 중입니다.”

▷지급여력비율은 좀 하락했던데요.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진 것은 작년부터 측정 방법이 보수적으로 바뀐 탓이 큽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176.1%인데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50%를 넘긴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설사 이 비율이 더 하락해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금융그룹 체제인 만큼 지주 차원에서 증자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지주에서 증자를 했고요.”

▷9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인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게 현장 중심으로 절차를 혁신하는 것이죠. 계약 체결과 고객관리 과정, 사고 접수 및 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년, 200년 장수기업이 될 수 있도록 ‘걱정나눔 프로젝트’란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장기 비전은 뭡니까.

“작년에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타사와 차별화한 전략을 추구한 덕분입니다. 경쟁사들이 외형 확대에 치중할 때 우리는 장기보험 위주의 전략을 고집했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 거점별로 차별화한 성장 전략을 계속 추진할 생각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공존할 것 같습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성장동력 발굴에 더 집중해야 할 때죠. 메리츠화재를 2015년까지 확고한 2위권으로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습니다.”

▷2위 진입을 위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메리츠화재는 경쟁사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보장성 인보험 비중이 큽니다. 이 상품은 팔기가 매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주지요. 반대로 저축성 연금 판매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수익 보장이 잘 안 되기 때문이죠. 불완전 판매가 많은 것도 이 상품입니다. 설계사들이 이 상품을 많이 판다고 해도 우리 회사에선 판매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런 원칙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험업계 최고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올초 명품 보험사를 강조했는데.

“메리츠화재가 최장기간 견실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주주 덕분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보험사가 돼야 합니다. 명품 상품, 명품 보상, 명품 판매 등 모든 부문에 ‘명품’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도록 고객 입장에서 업무를 정비해야 합니다.”

▷메리츠화재가 국내 최초 보험사란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 외국계로 많이 오해받고 있어요. 2005년 사명을 지금처럼 바꾼 것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절박함이 있었죠. 다행히 성공적인 변신을 이뤘습니다. 올해는 창립 90주년을 맞은 만큼 ‘메리츠화재 바로 알리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최근 한석규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걱정인형’이 유명하던데요.

“메리츠 걱정인형은 과테말라 전래동화에서 유래됐습니다. 아이가 베개 밑에 걱정인형을 넣고 걱정거리를 말하면 걱정이 사라진다고 하죠.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보험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마케팅 효과가 꽤 컸죠. 앞으로 걱정인형을 상품이나 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이 활용할 생각입니다.”

▷자동차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작년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세를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험료 인하 요인이 조금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올 4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휴가철인 7~8월에는 손해율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험료 추가 인하 문제는 좀 더 고민해 봐야죠. 물론 어려운 서민경제를 감안해 고객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업계에서 처음 마일리지 보험과 요일제 보험을 결합해 최고 13.1% 할인해주는 상품을 내놓은 것은 그런 차원이었죠. 이달 초부터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사고를 보장해주는 특약을 선보였습니다. 고객이 저렴한 보험료로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해외 시장 추가 진출 계획이 있습니까.

“자본 여력이 삼성화재 정도 되면 모를까 지금은 해외 시장 확대를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당분간 국내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단순한 외형 성장은 무의미하죠. 더욱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다만 코린도그룹과 합작으로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사업의 경우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도 추가 사업을 벌일 게 있는지 검토는 해보려고 합니다.”

▷보험업계에선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란 생각입니다. 장기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투자 역시 장기로 해야 합니다. 부채의 만기에 맞는 자산을 갖고 가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들어 이자율을 얼마만큼 주기로 바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소위 금리 리스크 매칭입니다. 부채를 장기 변동금리 방식으로 인수했다면 투자 역시 비슷한 구조로 갖고 가는 게 맞습니다. 금리 리스크 헤징 능력 면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단연 1위 보험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나 확정금리형 상품이 거의 없다는 게 이런 사실을 방증하죠.”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