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 언스트앤영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주목해야 할 세계 경제의 3대 메가트렌드로 환경·자원 이슈의 심화와 인구구조 변화, 파괴적 기술혁신의 확산을 꼽았다. 환경과 자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기술(cleantech)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또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라이프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편 낡은 기술을 전혀 새로운 기술로 대체하는 파괴적 기술혁신이 확산되면서 비접촉식 근거리통신(NFC),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관련 산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런 세계 경제의 큰 흐름과 이에 따른 유망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이해하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 친환경 기술

환경과 자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되며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급격히 에너지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국제유가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의 부족은 국제적으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탄소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기후 변화 등 환경적 이슈와 맞물려 인류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이슈가 됐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에 탄소 배출 규제 및 에너지 사용 규제 등과 같은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녹색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친환경기술을 통한 수익 창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언스트앤영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대기업 임원의 57%는 이미 조직 전반에 걸쳐 친환경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31%가 사업단위 수준에서 친환경기술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친환경기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기업들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바람 타는 풍력산업

친환경기술 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은 풍력 산업이다. 전 세계 풍력 시장 규모는 2010년 시가총액 기준 약 778억달러로 전세계 전기에너지 소비량의 2.4%가 풍력에너지로 공급되고 있다. 2020년에는 8.9%까지 그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풍부한 발전용량과 높은 발전효율, 대형 풍력단지 조성 가능성 등으로 인해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반공사, 해저케이블 설치 등에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운영을 위한 비용이 커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선도기업들은 최근 부지 평가에서 최종 운영까지 해상 풍력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종합적인 역량을 키우고 핵심소재의 기술 혁신에 매진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시설을 글로벌화하는 것 또한 주요한 변화의 흐름이다.

풍력산업에 있어 글로벌 선두업체 중 하나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를 지금의 최선두 기업으로 성장시킨 첫 번째 전략은 연구·개발(R&D) 집중이었다. 베스타스는 2005년 R&D센터를 설립한 이후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 신규 벤처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 흡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R&D 부문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전략은 가치사슬(value chain)상의 전·후방 통합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베스타스는 기술을 통한 제품 차별화가 점차 어려워지자 개발, 설계, 설치, 애프터서비스(A/S) 등 일련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R&D 센터 및 생산시설의 세계화 전략을 통해 기존 로컬시장의 정보 기술을 흡수, 내부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해당 지역거점 확립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뜨거워지는 태양광산업 경쟁

풍력산업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산업은 태양광산업이다. 전세계 태양광산업 규모는 2010년 시가총액 기준 567억달러이며, 발전 설비기준 연평균 60%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부 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산업은 앞으로 3년쯤 뒤인 2015년에는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전기 단가와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 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며 ‘클린테크 3.0’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고 있거나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까지 태양광 산업의 가장 큰 흐름은 생산시설 확대와 생산거점 다양화를 통한 생산 비용의 절감, 태양전지 핵심 소재 생산에서 셀·모듈 생산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개발까지의 수직계열화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산업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선테크는 우선 규모의 경제 실현 및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 전략을 채택했다. 제품 간 차별이 거의 없는 태양광산업에서 원가절감은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선테크는 지속적인 생산시설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잉곳, 웨이퍼 같은 핵심소재부터 태양전지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구축을 통해 모듈만 제조하는 업체에 비해 원가를 최대 34.3% 절감했다.

선테크가 선택한 두 번째 전략은 핵심원료 및 소재 구매의 다변화다. 선테크는 태양광 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가는 리스크가 큰 사업임을 고려, 직접 생산하지 않고 국내외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와 장기 급계약을 맺어 조달하고 있다. 잉곳·웨이퍼의 경우는 가격경쟁전략, 수직계열화 전략 등 다양한 구매전략을 취하고 있다.

선테크가 채택한 세 번째 전략은 생산거점의 지역적 다양화 및 수요처 다변화다. 선테크는 미주 지역의 태양전지 패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생산시설을 준공하는 등 생산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를 위해 전 세계 각지로 수요처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 기반 사업에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설치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수요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에너지 믹스 중심 신재생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은 친환경기술에 있어 풍력, 태양광에 이어 세번째로 큰 시장 규모(약 374억달러)를 갖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반 발전 산업은 에너지 믹스의 진화와 에너지 생산 공급의 분산화라는 두 가지 큰 흐름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전력 생산방식은 석탄, 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요구함에 따라 최근의 발전 방식은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와 같은 다양한 에너지원(源)을 전략적으로 혼합하는 에너지 믹스를 통한 저탄소·탈(脫)탄소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효과적인 에너지믹스를 위해서는 생산거점을 다각화해 신재생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기후나 지역적 변동성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생산 및 공급을 다각화, 분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최선두에 있는 이탈리아 기업 에넬은 향후 5년간 64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한 에넬의 전략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수력과 풍력, 태양광, 지력, 바이오매스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의 믹스를 통한 에너지원 다양화 전략이다.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한 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보다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주지만, 기후적·지역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풍력, 태양광 발전은 기후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고 지열, 수력 발전은 지형조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에너지원을 믹스해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는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이다. 에넬은 국내시장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 집중했다. 2001년 스페인, 북미, 브라질로 진출한 이후 동유럽, 러시아, 남미 등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2011년 현재 16개국에서 650개의 발전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다.

에넬은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국가별 기후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나 각국의 정책 변동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였다. 이로써 글로벌 생산거점 중심 에너지 유틸리티 사업으로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배전 설비 최소화를 통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등 이익도 얻을 수 있었다.

자원 효율성의 증대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환경 변화는 기업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친환경기술과 같은 신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기술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서뿐만 아니라 효율성 향상이나 운영비용 절감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는 글로벌 동향과 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 삼아 기존의 틀을 깨는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정재우 <언스트앤영 한영 전략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