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이 요즘 매카시즘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종북주의자로 의심받는 사람들이 종북을 했는지 따지는 것조차 매카시즘이라고 역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용공 광풍을 조장하는 악질적 매카시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 여당이 민생현안을 종북문제로 덮으려는 것은 굉장히 매카시즘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좌익들이 역사적 유물에 불과한 전가의 방패막을 펼쳐든 셈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매카시즘은 1950년 2월 미국 공화당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로를 통해 미국 내 반국가 세력을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만 해도 미국 내 구소련을 동경한 지식인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 중 일부가 실제 간첩활동을 했던 것이다. 고발 선풍이 일고 미국 전체가 이념적 갈등으로 빠져들었다.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매카시즘이라는 말은 그 이후 ‘근거없이 상대를 이념적으로 낙인 찍는다’는 고약한 뜻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1995년 미국 국가안보국이 소련의 암호교신을 도청했던 ‘베노나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소위 ‘억울한 순교자’로 알려졌던 사람들이 진짜 간첩이었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얄타회담을 준비했던 엘저 히스 국무부 차관보도, IMF 창설에 관여한 해리 덱스터 화이트 재무부차관보도 소련의 간첩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소련에 한반도를 맡기는 게 좋겠다고 했던 국제정치학자 오웬 렌티모어도 물론이다. 매카시 리스트는 대부분 진실이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매카시즘이라는 항변이면 모든 것이 은폐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 북한 핵에 대해, 북침이냐 남침이냐를 묻는 것은 사상검증도 아니요 이념공세도 아니다.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반인륜적이며 패륜적 범죄와 간첩죄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매카시즘이라는 역공세야말로 매카시즘적인 선전공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