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7일 오전 7시2분 보도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전자랜드 등 유통업계 매물 트리오를 놓고 인수 후보 기업 간 ‘수싸움’이 한창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매물을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회사가 싼값에 특정 매물을 가져가는 것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엔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전자랜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마트의 태도가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하이마트 입찰은 블러핑?

하이마트 본입찰은 오는 20일 실시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 본입찰은 29일이다. 전자랜드는 이달 말 이후에나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매각 일정상 하이마트 주인이 먼저 결정되고 웅진코웨이, 전자랜드 순으로 윤곽이 드러난다.

일정과 경쟁 구도상 이마트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합병(M&A)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플레이어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이마트가 제시한 전자랜드 인수가격은 1500억~1700억원으로 업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가 전자랜드를 실사한 후 제시한 인수 상한가격은 1200억원 정도였다.

이마트는 하이마트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최대한 높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 라이벌 롯데가 싼값에 인수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롯데와 신세계는 2011년 킴스클럽마트, 2010년 GS마트·백화점, 2006년 까르푸 인수전에서도 상대방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쓰도록 하는 블러핑 전략을 펼쳤다. 이마트는 하이마트 본입찰 결과를 본 후 전자랜드를 포기할 수도 있다.

◆웅진코웨이 1순위 후보는 MBK

웅진코웨이 인수 1순위 후보로는 MBK파트너스가 거론되고 있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쇼트리스트(적격 예비후보)에 모두 포함됐지만 상대적으로 웅진코웨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1분기 실적이 계기가 됐다. 사모펀드(PEF)는 기업들과 달리 M&A로 단기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어 안정적인 현금 창출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하이마트의 올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MBK로서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든 SK네트웍스는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전자 유통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 예상과 달리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등에 불 떨어진 롯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웅진코웨이보다 하이마트 인수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왔다. 웅진코웨이가 동시에 매물로 나와 입찰 경쟁이 완화되고 매각 직전 선종구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까지 터지자 하이마트를 싸게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했다. 하이마트 대주주들에게 매각 절차를 가급적 빠르게 진행하자고 요청한 것도 롯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트 SK네트웍스 등이 인수전에 가세한 상황이라 당초 예상한 금액으로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것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MBK 등의 태도를 감안하면 웅진코웨이 인수도 만만치 않다. 이마트가 전자랜드를 인수할 가능성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