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의 7일 기준금리 인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의미가 있다. 덕분에 국내 증시는 상승 반전을 위한 터닝포인트(전환점)에 다가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철강 화학 정유 등 중국 관련주의 강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시 터닝포인트 될 것

중국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증시에 적잖은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실제로 7일 유럽 증시는 스페인의 중·장기 국채 발행 성공에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까지 전해져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하더라도 정권 이양 이후에나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의 첫 테이프를 끊음으로써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굉장한 호재로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동안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부진했던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와 LG화학 호남석유 등 화학주가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래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한두 번 더 낮춘 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바로 기준금리에 손댔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증시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 금리 인하만으론 상승세 지속 역부족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타긴 어려울 것으로 점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설정했는데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것은 2분기 성장률이 7.5%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라며 “금리 인하 자체는 분명 호재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중국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기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팀장도 “작년 11월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처음 인하했을 때도 코스피지수는 이튿날 급등세를 보였지만 그 약발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까지 떨어졌던 5차례를 분석한 결과 3년 후 평균 60.2% 상승했다”며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장기투자자라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매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순매수…삼성전자 5%대 급등

한편 코스피지수는 이날 46.10포인트(2.56%) 오른 1847.95에 마감했다. 하루 상승률로는 지난 1월3일(2.69%) 이후 가장 높았다. 장중에는 1853.20까지 올라 185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3개월 만기 고정금리 대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경기 둔화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 등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CB 단기 대출 연장은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는 효과가 외국인 순매수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동윤/유승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