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도·네팔…부처의 생애 따라 한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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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84쪽 / 1만5000원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84쪽 / 1만5000원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모든 세상이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했다는 말이다. 불교의 시간관을 믿지 않는 이들은 어린 아기가 어떻게 이런 거룩한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한다.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가지로 요약한 《팔상록(八相綠)》의 첫 번째인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을 보면 전생에 이미 중생제도를 위해 모든 수행을 다 이루었으니 ‘나 홀로 존귀하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중생제도를 위해 탄생하고자 하였으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큰 원력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팔상록》은 부처님의 여덟 가지 인연을 풀어 쓴 이야기다. 불경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 신도들을 위해 절에는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 팔상도(八相圖)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통도사, 송광사, 갑사 등의 것이 유명하다.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는 최근 설화와 신화 수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외면받고 있는 《팔상록》의 자취를 새로운 눈으로 좇아간 글이다. 저자의 발걸음은 부처의 전 생애를 좇아 인도와 네팔 전역을 누빈다. 부처님의 삶을 8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법정 스님으로부터 재가 제자로 ‘무염’이라는 법명을 얻은 저자는 “불교에는 우연이란 없다. 스스로 구도자가 되어 부처의 가르침을 내 언어로 써내려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인도는 네 번째 방문인데도 갈 때마다 다른 나라처럼 다가온다”며 “순례의 횟수를 더할수록 부처님이 흘린 그림자들이 더 선명하고 절절하게 보였다”고 회상한다.
순례지 중 한 곳인 상카시아에는 아직도 부처의 직계 후손들이 살고 있다. ‘샤카(석가)’라는 성을 쓰는 이 사람들은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부처님이 제자 사리불과 머물던 나란다 마을에는 세계 최고(最古) 대학인 나란다대학 터가 웅장하게 남아 있다. 사리불의 무덤이 있던 이곳에 아쇼카왕이 참배를 와 사원을 지었고 그것이 대학의 기원이 됐다. 부처님이 처음 가르침을 전하셨다면 아쇼카왕은 그 가르침을 세계적인 종교로 만들었다. 불교가 중국과 동남아 등 각지로 뻗어나간 데는 누구보다 그의 노력이 컸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승려들은 나란다대학에서 불교를 배우며 고국의 소식을 그리워하곤 했다.
부처님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에는 전 세계에서 나이와 인종의 구분 없이 간절한 신심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오로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살다간 부처님의 생을 기억하며 스스로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죽음을 준비하는 노스님과 삶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젊은 스님의 모습에서 생과 사를 겹쳐 본다. 순례자들과 함께 걸으며 “얼굴빛은 다 다르지만 모든 순례자의 걸음걸이는 간절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모든 순례지마다 사진으로 담아낸 사람과 자연의 모습이 현장감을 더한다.
부처님은 열반 직전, 스승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제자 아난에게 “오직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의지하라”고 했다. 불자들이 무언가에 얽매여 그것의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부처의 탄생부터 고행의 세월, 해탈의 순간과 열반까지 함께하다 보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는 불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했다는 말이다. 불교의 시간관을 믿지 않는 이들은 어린 아기가 어떻게 이런 거룩한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한다.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가지로 요약한 《팔상록(八相綠)》의 첫 번째인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을 보면 전생에 이미 중생제도를 위해 모든 수행을 다 이루었으니 ‘나 홀로 존귀하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중생제도를 위해 탄생하고자 하였으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큰 원력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팔상록》은 부처님의 여덟 가지 인연을 풀어 쓴 이야기다. 불경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 신도들을 위해 절에는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 팔상도(八相圖)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통도사, 송광사, 갑사 등의 것이 유명하다.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는 최근 설화와 신화 수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외면받고 있는 《팔상록》의 자취를 새로운 눈으로 좇아간 글이다. 저자의 발걸음은 부처의 전 생애를 좇아 인도와 네팔 전역을 누빈다. 부처님의 삶을 8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법정 스님으로부터 재가 제자로 ‘무염’이라는 법명을 얻은 저자는 “불교에는 우연이란 없다. 스스로 구도자가 되어 부처의 가르침을 내 언어로 써내려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인도는 네 번째 방문인데도 갈 때마다 다른 나라처럼 다가온다”며 “순례의 횟수를 더할수록 부처님이 흘린 그림자들이 더 선명하고 절절하게 보였다”고 회상한다.
순례지 중 한 곳인 상카시아에는 아직도 부처의 직계 후손들이 살고 있다. ‘샤카(석가)’라는 성을 쓰는 이 사람들은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부처님이 제자 사리불과 머물던 나란다 마을에는 세계 최고(最古) 대학인 나란다대학 터가 웅장하게 남아 있다. 사리불의 무덤이 있던 이곳에 아쇼카왕이 참배를 와 사원을 지었고 그것이 대학의 기원이 됐다. 부처님이 처음 가르침을 전하셨다면 아쇼카왕은 그 가르침을 세계적인 종교로 만들었다. 불교가 중국과 동남아 등 각지로 뻗어나간 데는 누구보다 그의 노력이 컸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승려들은 나란다대학에서 불교를 배우며 고국의 소식을 그리워하곤 했다.
부처님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에는 전 세계에서 나이와 인종의 구분 없이 간절한 신심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오로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살다간 부처님의 생을 기억하며 스스로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죽음을 준비하는 노스님과 삶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젊은 스님의 모습에서 생과 사를 겹쳐 본다. 순례자들과 함께 걸으며 “얼굴빛은 다 다르지만 모든 순례자의 걸음걸이는 간절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모든 순례지마다 사진으로 담아낸 사람과 자연의 모습이 현장감을 더한다.
부처님은 열반 직전, 스승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제자 아난에게 “오직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의지하라”고 했다. 불자들이 무언가에 얽매여 그것의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부처의 탄생부터 고행의 세월, 해탈의 순간과 열반까지 함께하다 보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는 불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