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회계, 기술력, 시장성 등 잇단 투자 리스크로 연초부터 시장의 경계대상으로 꼽히던 바이오시밀러(복제바이오의약품) 선두업체 셀트리온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성공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셀트리온과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물론, 바이오 관련주(株)들이 최근 '무더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바이오업체들이 기존의 제약업체들을 뛰어넘어 바이오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 가시성이 확보되고 있는 셀트리온, 씨젠 등이 업종 내 최우선 선호주로 꼽혔다.

◆셀트리온,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성 전세계 입증…"시장 선점 가능성 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 중인 '2012 유럽 류머티즘 학회(EULAR)'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CT-P13)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통계학적 동등성이 공식 입증됐다는 얘기다.

이번 동등성 발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 257명 대상 임상 1상 시험 유효성 평가 변수 ASAS40(Assessment of ankylosing spondylitis international society criteria, 환자 평가 통증 기능 조조경직 등 4개 기준 중 3개 기준의 40% 개선 비율)의 분석 결과로 확인됐다. 레미케이드 투여군 47.7%, CT-P13 51.8%의 통계학적 동등성이 입증된데 이어 이상 반응을 분석한 결과 레미케이드 투여군 47.5%, CT-P13 44.5%로 각각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617명 대상 임상 3상 시험 유효성 평가 변수 ASR20 (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전체 관절의 20% 개선 비율) 분석 결과에서도 레미케이드 투여군 58.6%, CT-P13 60.9% 등 통계학적 동등성이 입증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공식 구연 발표(연자 인하대 박원 교수) 및 포스터 발표(연자 한양대 유대현 교수)를 계획 중"이라며 "유럽 류머티즘 학회 공식 논문인 Annals of Rheumatic Disease Journal을 통해 CT-P13 임상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 논문은 영향력 지수 (impact factor) 9.082로 류머티즘 분야 세계 최고 수준 논문에 해당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학회를 통해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통계학적 동등성을 입증함에 따라 CT-P13의 허가 가능성, 레미케이드 대체에 따른 시장성 창출 가능성이 한 단계 높아졌다"라고 판단했다. 바이오시밀러의 선제적 투자 및 개발을 통한 관련 시장 선점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제약 게임의 룰이 바뀌다'…바이오 본격 산업화 진행중

이렇게 올 하반기부터 국내 바이오 관련주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제약산업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제약산업은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 인하 요인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저성장성과 저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바이오산업의 경우 산업자본 집중 투하, 보건당국 육성, 연구개발(R&D) 성과 기반 산업화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바이오업종의 경우 2009년 이후 고성장성 및 고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정부육성 자본 및 대기업 산업자본 투하, 보건당국 육성, R&D 성과에 따른 산업화의 본격 진행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바이오시밀러 허가, 분자진단 기술 수출에 따른 성장성과 수익성 확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 최선호주로 셀트리온, 차선호주로 씨젠을 권했다.

이찬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한다"면서 "항체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비선진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도 본격화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식약청(EMA)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공개로 허가 기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바이오산업 지속 성장할 것"…수출증가율이 수입 앞질러

정부당국도 바이오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표준 바이오산업분류체계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작년 11월 중순부터 올 2월 중순까지 실시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2008~2010년) 간 생산증가율은 16.8%로 일반제조업(4.8%)을 크게 앞섰다. 이번 조사 대상 바이오기업은 913개 업체에 달했다.

또 2010년 바이오산업 수출규모는 2조7445억원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연평균(CAGR) 1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중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10.2%(2010년 1조3816억원)에 머물러,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생산규모도 지난 5년간 약 2배 증가(3조1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했으며, 내수 시장도 2조원대에서 5조원 가까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게 지식경제부의 설명이다. 기업투자는 2010년 1조2082억원으로 바이오의약 산업 분야의 투자비중이 52%로 가장 높았다.

◆'고성장' 바이오주 투자 가이드…"해외진출 능력 보유한 기업 굿"

그렇다면 지속 성장중인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경우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단 바이오신약보다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관련주에 관심을 가진 뒤 해외 진출 능력을 보유한 기업부터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미국이 최근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을 발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에서다.

지난해 세계 시장 기준 주요 8개 항체 바이오의약품 합산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9.1% 증가한 461억달러이고, 한국 시장 기준 8개 항체 바이오의약품 합산 매출 규모는 36.6% 늘어난 1628억원이라는 것.

김혜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시장 대비 한국 시장 8개 항체 바이오의약품 성장률이 27.5%포인트 웃돌고 있다"며 "이는 8개 항체 바이오의약품으로 대변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선진국의 경우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의약품 산업 내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경우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보장성 확대로 인해 성장성이 높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미출원된 경우가 많으며 가격 민감 특성을 보유해 바이오시밀러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이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이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바이오시밀로 개발 및 시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미국 외 국가 비임상 및 임상 시험 자료 이용 가능, 적응증 외삽 허용, 의약품 보관 용기(Delivery device) 및 주사기 변경 가능, 부형제 변경 가능 등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 유리한 조건이 많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셀트리온, 씨젠 등을 바이오산업 대표주자로 꼽고 있다. 이외에 해외 진출이 가능한 바이오 관련주로는 LG생명과학(성장호르몬, 당뇨병치료제 과제), 동아팜텍(발기부전치료제), 한미약품(항궤양제), 동아제약(항생제), 한올바이오파마(C형간염치료제) 등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LIG투자증권은 권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