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으로 떠나는 여행]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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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6년, 모로코에서 1년, 현재는 독일에서 체류 중..
“일상이 예술” 이라 부르짖는 씩씩 발랄한 영혼의 비비드한 모로코 체류기
■ 모로코 여행기 이상의 ‘모로코 체험기’
인터넷포털 다음Daum의 우수 블로거이자 라이프 블로터bloter(blogger+reporter)로서 타지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일상을 수많은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뿌쌍’ 김미소의 첫 책. 2008년 지인의 초대로 처음 마주한 모로코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가 1년간 아예 눌러 살며 부대낀 모로코, 모로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순한 여행자이자 이방인으로서 한 달간 여행한 모로코 이야기가 제1장, 다시 찾은 모로코에서 1년 가까이 직장인으로서 모로코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한 이야기가 제2장, 모로코에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경험과 깨달음이 제3장의 내용이다.
여행서 치고는 다소 길고 빡빡할 수 있는 350쪽에 걸쳐, 저자는 우리에게 그레이스 캘리의 모나코와 헷갈리는 나라, 유럽에 있는지 아프리카에 있는지 아리송한 나라,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아랍어를 쓰는지 프랑스어를 쓰는지 모르는 그저 멀고먼 그곳, 북아프리카 왼쪽 상단에 자리한 이슬람 입헌군주제 국가 모로코를, 그중에서도 모로코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부딪히며 익히고 터득해간다. 단순함을 모토로, 즐거움을 테마로 살아가는 이 겁 없고 발랄한 영혼의 좌충우돌 모로코 체류기는 모로코에 대한 단순한 여행기 이상의 정서적 공감과 정보 이상의 정보, 심지어 감동까지 제공한다.
■ 세계 각지를 떠도는 이 시대의 ‘워너비’ 스타일
이제 30대 중반이 된 싱글 여성 뿌쌍은 프랑스와 한국, 모로코와 샌프란시스코, 최근에는 독일을 넘나들며 사는, ‘삶이 곧 여행’인 독특한 이력과 라이프스타일의 소유자다. 본인의 말마따나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일상의 유혹을 떨쳐내고 어디론가 떠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룬 것도 가진 것도 없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뿌쌍은 이 시대 20~30대 젊은이들이 꿈꾸는 ‘세계 유목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세계 어디에 가서든 통하는(실제로) 막힘없는 프랑스어 구사능력이다. 뿌쌍은 이 언어능력에 “호기심 많은 성격”, “상대가 누구든 이야기를 시작한 지 5분 안에 웃음을 건네는 여유”를 더해 ‘일하면서 여행하고 여행하면서 일하는’, 이 시대 청춘이 갈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구었다.
■ 관광과 여행의 차이
뿌쌍은 이 책을 통해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호기심과 공감의 조합을, 정보와 편견의 거리를, 꿈과 현실의 극복을 이야기한다. 뿌쌍은 모로코를 관광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며 결국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 뿌쌍은 모로코가 더 알고 싶어서 떠나지만, 그의 시선은 우리와 다른 그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그들의 사는 모습에 가 닿는다. 위치, 날씨, 환율, 지도 등등의 관광 정보는 관광책자를 참조하시라. 저자가 응시한 모로코, 날것의 모로코, 모로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독자들이 ‘언젠가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으로 모로코를 기억한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 뿌쌍이 만난 모로코
나는 모로코 환승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샤를 드 골 공항 34번 게이트에 서 있었다. 에어프랑스라고 하지만 모로코로 가는 작은 비행기는 이지젯 같은 저가항공사들과 별 차이가 없어서, 브릿지를 통해 기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버스로 이동해 계단을 올라 탑승하게 되어 있었다.
마라케시 여행으로 모로코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면, 사하라 사막 투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코스다. … 사막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낡은 봉고차 한 대에 올랐다. 어느 순간 차는 희뿌연 공간에 들어섰다. 순간 모든 풍경이 사라졌다. 차창 밖에는 회오리치는 모래바람뿐이었다.
관광책자를 보고 찾아낸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과 뒤섞여 밋밋한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히잡을 쓰고 질라바를 입은 모로코인들과 활기차게 식사를 하는 곳. 알랭 아저씨가 안내한 노천 레스토랑은 어쩌면 아가디르를 표현하는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여행지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는 비용으로서의 숙박비는 전혀 아깝지 않다. 지금도 나는 모로코 여행 중 미츠리픈에서의 하룻밤이 결코 사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날은 나의 서른네 번째 생일이었다.
내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내 작은 접시에 담겨진 음식을 먹으려는 그때였다. 놀랍게도 그들의 오른손이 일제히 꾸스꾸스를 담아놓은 큰 접시로 향했다. …
히잡을 쓴 여인들은 그날의 의상과 취향에 맞춘 색색의 히잡으로 멋을 낸다. 여러 색의 히잡을 겹쳐 그라데이션 효과까지 낼 줄 아는 모로코의 젊은 여성들은 굉장한 멋쟁이다. 심지어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패턴이 프린트된 히잡까지 있다.
모로코 사람들을 찍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보다 열 배는 힘들고 어렵다. 카메라를 꺼내드는 순간,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거부의 몸짓을 드러낸다.
“난 이렇게 느슨한 나라가 좋아.”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다섯 명의 한국인들은 모로코 시골이 아닌, 가장 큰 경제도시 카사블랑카에 살고 있었지만 ‘느슨함’이란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에서 뛰거나 서두르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워낙 느리게 처리되는 절차들에 익숙해져서가 아닐까. 그러니 조금만 요령이 있으면 융통성을 발휘하여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다.
최윤정기자 yjchoi@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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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기자 yj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