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4일 오전 10시14분 보도



국내에서 덩치를 키운 토종 사모투자펀드(PEF)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산업은행 PE센터는 중국 업체 지분 10%를 인수했으며, 우리PE는 중국 아연도금처리업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해외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 반면 유럽 재정위기로 해외에선 값싼 매물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 지분 투자 잇따라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PE센터는 최근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에서 소금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DADI에 2000만달러를 투자, 이 회사 지분 10%를 확보했다. 2년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DADI는 자체 보유한 100만평 이상의 지하 염전에서 원료를 추출해 가성 소다(수산화나트륨), 공업용 소금(염화나트륨) 등을 생산 판매한다. 산은 관계자는 “가성 소다와 같은 주요 화학물질 생산량에서 중국 2위 업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19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거뒀다.

산은 PE센터는 또 홍콩에 상장된 중국 광산개발업체 우선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 조만간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중국에 있는 광산에서 합금을 추출해 파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1650억원, 순이익 630억원을 올렸다. 회사 측은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산은과 유럽계 PEF로부터 각각 5000만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PE들이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미국 트라이코 인수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라이코는 1917년 설립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용 와이퍼를 상용화한 회사다.

산은 PE센터가 국내 자동차 와이퍼 제조사와 손잡고 인수를 검토했지만 현지 은행법상 규제에 막혀 포기했다. 미래에셋PE가 바통을 넘겨받아 트라이코 경영진과 가격협상까지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됐다. 트라이코의 예상 인수가격은 2억~3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계열 우리PE는 중국 아연 도금처리업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현지 한국기업 등에 아연도강판을 납품하는 기업으로 600억원 안팎에서 인수·합병(M&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PE는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 이 회사를 인수한 뒤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값싼 매물을 찾아라”

그동안 국내 투자에 주력했던 IMM PE나 H&Q 등 독립계 PEF들도 올해부터 해외 투자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티스톤은 최근 미국 2위 주간지인 뉴스위크 아시아사업부를 인수했다. 티스톤은 2년 전 뉴스위크 본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원준희 티스톤 사장은 “뉴스위크 브랜드와 네트워크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PEF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M&A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져 싼값으로 좋은 기업을 사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해외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충격으로 값싼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올해가 해외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는 “미국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매물 가격이 비싸진 반면 유럽에서는 저렴한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해외 물건 값이 싸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PEF의 잇따른 해외 투자가 앞으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국내에서조차 투자성과를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PEF가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조진형/좌동욱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