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지난달 대선 슬로건을 ‘앞으로(Forward)’로 정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 그의 이념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 정치평론가들은 ‘앞으로’가 유럽의 급진 좌파 세력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단어라며 “이런 단어를 슬로건으로 선택한 건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라는 그간의 의심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자 증세와 건강보험 확대 등을 추진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새 슬로건은 마르크시즘이나 사회주의와 오랜 연관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WP는 19~20세기 유럽의 공산주의 간행물들이 ‘앞으로’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고 지적했다. 가령 19세기 독일에서 발행된 급진적 좌파 일간지 ‘포르뵈르츠(Vorwaerts)’는 영어 ‘포워드’를 뜻하는 단어다.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 이론을 만든 엥겔스, 레닌과 함께 10월혁명을 이끈 러시아의 트로츠키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AP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실용주의자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그가 사회주의자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도 경쟁자인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몰아붙이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그러나 오바마의 접근 방식이 ‘정부 집약적(government-intensive)’인 것은 사실이며 이런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