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용로 외환은행장(사진)의 마음이 복잡하다.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두고 지주사인 하나금융과 노조 간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갈등은 사소한 데서부터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름 반팔옷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의 ‘쿨비즈’ 복장 방침에 반발한 것이 그 예다.

노조 관계자는 “초록색 옷을 입으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어 직원들이 하나금융 색깔은 입기 싫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특정 유니폼을 맞추려 한 게 아니라 노타이·반팔근무를 독려하자는 취지였는데 오해한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외환은행은 결국 원래대로 여직원은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하얀색 셔츠를, 남직원은 별도 유니폼 없이 흰색 반팔 정장 와이셔츠를 입기로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각종 하나금융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도 ‘동원되기 싫다’며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감성 통합을 하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그 시기가 너무 이르다”며 “직원들 사이에 작년 하나금융 반대 투쟁을 하던 앙금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하나금융의 지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지주사로서 요구하는 각종 경영 관련 지침도 노조에겐 ‘독립경영’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을 지주 차원에서 평가하겠다고 했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자 평가위원회를 별도로 만들되 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점포를 늘리는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하나금융에서는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외환은행의 적극적인 점포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앙금이 쌓이다 보니 지주사 차원의 시너지효과 확대 정책조차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고객신용정보 일부를 요구했는데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 고객들이 하나HSBC생명의 보험가입 영업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고객 동의서를 추가로 받으려면 직원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정책과 노조의 정서를 동시에 감안해 외환은행을 이끌어야 하는 윤 행장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양쪽이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임원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외환은행이 지주사 아래 편입되다 보니 직원들이 좀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시간이 흘러 믿음이 생기면 (외환은 인수에 따른)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