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가 유럽재정위기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휘청이는 증시에 약(藥)이 될 수 있을까. 제약업체들은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지난 3년간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맷집’이 좋은 상위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2008년 리먼 사태 때처럼 경기방어주 역할도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다.

○2009년 이후 방어주 패턴 사라져

제약업종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개량 신약과 대형 제네릭(복제약) 품목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경기방어주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08년 제약업종 주가등락률은 -29%로 코스피지수(-40.7%)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약가 인하, 리베이트 관행 규제에 나서며 경기방어주에서 제외됐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주요 제약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60% 감소했다”며 “2분기는 4월 약가 일괄인하 여파로 여기서 더 감소해 최악의 실적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상품 도매를 강화해 외형 성장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라며 “저마진 상품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지만 영업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규제에서 지원으로 정책 선회

이 같은 노력이 하반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약주(상위 7개사 기준)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2% 급감해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판매관리비 절감과 원료단가 인하를 통해 3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4년간은 약가 규제가 추가적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번 약가 인하로 인한 업계 손실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지난 6~7년간 합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달 ‘혁신형 제약기업’을 뽑아 약가 우대 등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도 호재다.

현대증권은 “매출과 연구·개발비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올바이오파마, 메디톡스 등이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의약품 업종지수는 4.4% 내렸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7.0%)보다는 선전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는 처음 시장수익률을 웃돈 것”이라며 “제약주가 오랜 부진의 끝을 지나 이제 경기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위업체에 집중해야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으로 시장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업체 간 옥석을 가려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제약사들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운 반면,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치가 높은 기업은 실적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리베이트 규제가 강해진 만큼 ‘정도(正道) 영업’을 하는 중상위 제약사가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유한양행과 종근당을 ‘톱픽’으로 꼽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