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개입은 외교 결례"…임수경 이어 이해찬도 구설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에서 시작된 ‘종북주의’ 파문의 불똥이 민주통합당으로 튀는 양상이다. 임수경 의원이 지난 1일 탈북자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변절자 ××’란 막말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이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인권법’이 ‘외교적 결례’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잇단 설화(舌禍)로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임수경 ‘막말’ 파문 확산

임 의원은 이날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내 학생이기도 하고, 후배이기도 한 청년이 보좌관에게 ‘북한에서 총살감’이라고 한 발언에 감정이 격해져 나온 발언이었다”며 “변절자라는 표현 역시 학생운동, 통일운동을 한 하 의원에 대한 표현이었을 뿐 탈북자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임 의원이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읽은 것이다. 회견도 여론에 떠밀려 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장 새누리당과 탈북자단체는 임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논평을 통해 “탈북자들이 왜 변절자인지, 누구를 변절한 것인지 임 의원은 다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헌신했던 북한인권운동이 왜 변절 행위인지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임 의원이 솔직히 설명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더 이상 당 차원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애초에 임 의원 같은 사람을 공천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그런 사람은 진보당으로 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아무리 사석이라도 의원이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야 되겠느냐”며 “상대방이 밝힌 정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과연 이 정도 수준의 사과와 해명으로 논란이 수그러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탈북 대학생에게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기냐.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등의 막말을 했다.

○북한인권법은 외교적 결례?

임 의원에 이어 이 의원까지 가세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지 국가 간에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앰네스티라든가 국가가 아닌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관계가 없지만 국가 간에 서로 내정에 관련된 걸 간섭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물론 진보 인사들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리비아나 시리아의 인권 탄압에 개입한 것이나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을 비판하는 것도 내정 간섭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 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진보가 북한 인권운동에 앞장서야 인권을 빙자한 반북반공 운동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인권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