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을 놓고 대기업 간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효성 전직 임원 A씨가 LS산전으로 옮기면서 기술과 영업 비밀을 유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A씨에 대해 지난 1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연구원이 LG디스플레이에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기술을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등 기업들이 성장동력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보안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효성, “피해액 수조원 달할 수도”

효성에서 2010년 6월까지 근무했던 A씨는 재직 당시 중공업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의 기술 개발과 관리를 총괄해왔다. HVDC는 기존의 교류전송 방식에 비해 전력 손실이 작아 원거리 대용량 송전에 효율적인 기술로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8대 녹색기술로 선정했다. STATCOM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할 때 출력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기술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1월 LS산전에 입사하면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 등에 저장돼 있던 효성의 초고압변압기 및 차단기, HVDC 사업 등에 관한 다수의 영업비밀 자료를 빼돌리고 그중 일부를 경쟁사인 LS산전에서 활용한 정황이 확인돼 수사를 받아왔다. 효성 관계자는 “A씨와 고등학교 동창인 LS산전 부회장을 비롯해 경쟁사의 고위 임원들이 전직 이전부터 자주 통화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효성 측은 이와 관련,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HVDC, STATCOM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2년 4조원에서 2020년 7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지멘스 등 경쟁사가 추가로 시장에 진입할 것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효성 측은 “LS 최고 경영진의 성의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관련 인력의 인사 조치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S산전은 경찰의 발표 내용과 효성의 주장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맞서고 있다. 효성이 독보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HVDC 관련 기술은 이미 한전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해왔다는 설명이다. LS산전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내용을 효성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OLED도 기술 유출 공방

OLED 부문에서도 기술 유출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 대형 OLED TV 제조기술을 넘겨준 SMD 전·현직 연구원 6명과 이를 넘겨받은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5명을 검거했다.

삼성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최고경영진이 성의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기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정보는 필요하지 않고 입수한 적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