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은 4일 오후 서울시 청사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무상보육 사업 등 복지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보조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집행하다가 안 되면 중앙정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수도권 3개 시·도, “재정 독립 강화돼야”

박 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이날 정부의 지자체 재정지원 확대 등 네 가지 요구가 담긴 대(對)국회·정부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우선 3개 시·도는 영유아 무상보육 사업 등 복지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보조율을 올리고, 향후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정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수도권 단체장들은 “19대 국회에서 지방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개 시·도는 뉴타운 출구전략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사업 해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보금자리 주택 등에 대한 공급 권한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둔 인천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재차 요구했다. 송 시장은 “재정이 파탄난 인천시 재정상황으로는 경기장 관련 시설을 지을 수 없다”며 “아시아경기대회 지원에 대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3개 시·도는 조직·인력 구성에 있어 지자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MB, “지자체 과도한 재정집행이 문제”

수도권 단체장들이 이날 발표한 건의안을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추진과 재정집행이 재정난을 촉발시킨 원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부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집행으로 지방재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무리하게 집행하다가 안 되면 중앙정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이 중심이 돼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지자체의 무분별한 대형 투자사업과 전시행정 등으로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자칫 지자체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자체가 재정난으로 0~2세 무상보육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 것과는 직접적 맥락이 닿아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투자사업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차병석/인천=김인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