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저점(1779)을 지켜낼 것이라면서도 각국의 정책 모멘텀이 나오기까지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오전 10시 3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73포인트(2.60%) 떨어진 1786.78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지수가 18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7거래일만이다.

코스피 지수가 전저점을 지켜낼 것으로 보는 것은 코스피 지수 1780선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PBR 1배 이하는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PBR 1.0배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반등이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18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1779선에서 반등했고 이날도 1780으로 출발한 이후 낙폭을 소폭 줄이고 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BR 1.0배가 심리적인 마지노선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2002년 이전까지는 0.8배가 심리적인 경계선이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글로벌 평균 수준인 12%대에 도달한 2002년 이후부터는 1.0배가 반등 심리를 형성하는 경계선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예외적인 기간이 2008년의 금융위기였는데 이 당시에는 PBR이 0.9배까지 낮아졌었다"며 "당시는 버블이 팽배했던 시기이고 지금은 버블이 없었다는 점에서 2008년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앞으로 PBR이 1.0배를 깨고 내려간다면 이는 2008년과 같은 위기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대응에대한 기대감으로 주 후반으로 가면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전주말 미국의 고용쇼크 반영, 그리스 프랑스의 선거정국과 스페인 구제금융 논란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하다"면서도 "다만 오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시장 안정조치 시행 가능성, 7일 버냉키 연준의장의 의회연설 시 경기부양 가능성 등으로 직전저점 부근의 저점테스트 이후 기술적 반등이 시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 이벤트 일정만 놓고 본다면 6월 증시의 모멘텀은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지는 그림이 기대되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18~19일로 예정된 G20 정상회담과 28일과 2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담에서는 유로존 문제 해법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기가 심화될수록 글로벌 정책공조 움직임도 빨라진다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의 유로존 위기를 통해 경험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는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 가능성이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경우 재차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 피력해왔다. 최근 유로존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 또한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3차 양적완화 등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임 연구원은 "문제는 이런 내용들이 언제 발표되는가 하는 것인데, 일단 일정상으로면 본다면 6월 2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관련한 힌트가 제시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오는 6월말에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종료되기 때문에 추가 경기 부양책도 이 시기를 전후해 나오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주가 급락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가장 불안할 때가 주식을 사야할 시기였다"며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의 핵심은 그리스 문제로 그리스의 유로존탈퇴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현재 주식을 사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임 팀장은 "그리스의 유로존탈퇴 가능성은 낮고 스페인 금융기관 부실은 수습 가능한 문제이며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는 일시적으로 경기회복 기조를 무산시키기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