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이 악성코드를 숨긴 게임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보내는 수법으로 사이버테러를 시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으로부터 악성코드(DDoS·공격용 좀비PC 생성 프로그램)가 숨겨진 게임 프로그램을 싸게 구입한 뒤 국내로 들여와 유통시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불법 사행성게임 수입업자 조모씨(39)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중국 선양을 수차례 오가며 북한 정찰총국이 선양에 세운 ‘조선백설무역회사’ 소속 공작원 김모씨 등과 접촉했다. 조선백설무역회사는 인터넷 게임 등 정보기술(IT)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포하는 방식으로 외화벌이와 공작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정찰총국 내 ‘해커조직’이다.

조사 결과 조씨는 메신저, 전화 등을 이용해 연락하면서 총 1500여만원을 지불하고 바카라, 바다이야기 등 불법 사행성게임 프로그램 10여개를 국내로 들여와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거나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게임 프로그램을 들여올 당시 악성코드가 들어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게임이 유통되면서 게임 이용자 수십만 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악성코드 유포를 통해 실제 해킹이 이뤄진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