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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중년 캥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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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너 이놈으 자식 앉아봐 아버지는 방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이 찌그러진 집 한칸 지니고 사는디 넘으 집 칙간 청소하고 돈 십오만 원 받아각고 사는디 뭐 집을 잽혀야 쓰겄다고 아나 여기있다 문서허고 도장 있응게 니 맘대로 혀봐라…니 맘대로 삶아 먹든지 고아먹든지 허란 말여 에라 이 순…/그날 은행에 가서 손도장을 눌러 본인 확인란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에 말씀하셨습니다. 아침에 막걸리 한 잔 먹고 헌 말은 잊어버려라…니가 어떻게 돈을 좀 애껴 쓰고 무서운 줄 알라고 헌 소링게….’(강형철 ‘아버님의 사랑말씀6’)

    한 분야를 파고들기보다는 이것저것 손을 대다 말고, 자립하겠다며 집을 떠났다가도 힘들면 슬쩍 들어오는 게 이른바 ‘캥거루족’의 행태다. 부모는 속이 터지지만 안쓰러운 마음에 다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넉넉하게 자라서인지 이들에겐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웬만한 일자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악착같이 살기도 싫다. 그렇다 보니 부모와 사회에 민폐만 끼친다.

    갈수록 캥거루족 연령층이 높아지는 모양이다.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자녀가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늘었다(서울시 가족구조 통계). 10년 만에 ‘중년 캥거루족’이 91.4%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부모들에게 같이 사는 이유를 물었더니 ‘자녀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독립이 불가능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일본도 나을 게 없다. 총무성 추계에 따르면 30, 40대 중년캥거루족이 295만명에 이른다. 인구의 16% 수준이다. 90년대에 등장한 캥거루족 중 상당수가 여전히 부모집에 얹혀 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도 2011년 25~34세 남성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로, 2005년보다 5%포인트나 높아졌다는 게 인구통계국 발표다. 성인 남성 5명 중 1명은 캥거루족이란 의미다. 작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사는 한 노부부는 마흔이 넘도록 집을 떠나지 않는 아들을 내쫓기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진짜 캥거루는 새끼 크기가 2㎝에 불과하고, 엄마 배주머니에서 젖을 빨다 대개 1년 안에 독립해 나간다. 캥거루 평균수명이 12~18년이라니 꼭 필요한 만큼만 키워 내보내는 것이다. 반면 인간 캥거루족들은 커다란 덩치에 남부럽지 않은 학벌과 자격증을 갖추고도 독립을 두려워하거나 꺼린다. 따져 보면 캥거루만도 못한 셈이다. 더구나 중년 캥거루족이 의존하는 부모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살 길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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