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10년 하반기 이후 물가가 크게 올라 생활비 걱정이 많이 됩니다. 작년 정도의 물가상승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만한가요? 물가지수를 경제의 체온계라 하던데 우리 경제의 정상체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A 물가는 흔히 우리 몸의 체온에 비유됩니다. 몸에 열이 높아지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 때문이죠.

사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어 실질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는 물가상승이 자연스레 동반되기 마련이에요. 소비나 투자가 활발해지면 TV, 자동차와 같은 최종재와 함께 원재료·부품에 대한 수요도 같이 늘어나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가죠. 이에 따라 임금이 오르고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을 사려 하면서 물가가 다시 오르는 식으로 경제성장의 바퀴는 물가상승을 유발하며 굴러갑니다.

반면에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벗어난 물가상승은 오히려 성장에 큰 장애가 되죠. 높은 물가상승이 지속돼 월급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소비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업도 투자를 망설이게 되면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됩니다. 이렇게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현상을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이라 하고 불황의 정도가 심하면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 불러요.

◆인플레이션의 폐해

한편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채무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부채의존형 구조로 바꾸게 됩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우리 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도 과거 두 자리 상승률을 기록해왔던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았죠. 아울러 가파른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선호하게 되면서 심각한 투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금융상품에 붙는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예금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 되기 때문이에요.

이 같은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근거로 케인스는 사회기반을 흔들어 놓고자 할 때 가장 교묘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물가안정이라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물가안정은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죠.

◆적정 물가상승률은

그렇다면 경제에 병이 들었다고 봐야 하는 물가상승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물가는 경제 전체의 수요와 공급 및 비용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상 수준을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한국은행과 정부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및 국내외 여건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3년(중기) 단위로 설정하는 물가안정목표를 정상적인 물가상승률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기준으로 2010~2012년 중 연평균 3.0±1.0%이므로 2.0~4.0%까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만하다고 봐요.

재작년 하반기부터 작년까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과 일부 농축수산물가격의 급등으로 물가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물가안정목표제의 상한치인 4.0%를 벗어났습니다. 이에 물가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죠. 한국은행은 다 섯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정부는 공공요금 동결과 석유제품 및 공산품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고자 노력했죠.

이에 대해 일부에선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물가인상 억제수단의 실효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해요.

한편 내년부터 3년간 우리경제의 정상체온이 될 2013~2015년 중 물가목표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협의를 거쳐 올해 말에 발표돼요. 일시적인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 급변동보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는 3년 단위로 설정되고 있습니다. 목표중심선에서 상하 1%포인트의 변동폭이 허용되고 있죠.

◆‘경제의 체온계’ 물가지수

그런데 체온관리를 위해서는 체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체온계가 필수적이듯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전반의 물가수준을 정확히 측정해 주는 물가지수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물가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모든 물건 값을 조사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때문에 거래량이나 소비량이 많은 대표 품목들을 골라내 이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물가지수를 만들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481개: 품목수, 이하 동일)를, 한국은행이 생산자물가지수(884개)와 수출입물가지수(수출 211개, 수입 234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수백개 품목이 아니라 주로 구입하는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만을 민감하게 느끼죠. 이로 인해 체감물가와 물가지수 간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PI품목 중 구입빈도가 높은 142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생활물가지수를 작성하고 있어요.

이들 지수가 물가수준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품목 및 가중치를 변경하는 개편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 개편부터 소비자물가지수는 2~3년 주기로, 생산자물가지수 및 수출입물가지수는 1년 주기로 현실반영도를 점검·개선해 나감으로써 우리 경제 체온계의 눈금을 보다 정확하게 만들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현영 <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조사역 >

■ 독자퀴즈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물가지수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생산자물가지수 (2) 소비자물가지수 (3) 수출물가지수 (4) 수입물가지수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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