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하락하던 실업률도 상승세로 반전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해지고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미국 경기도 동반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6만9000개 늘어났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약 15만개)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 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 4월 8.1%였던 실업률은 5월 8.2%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실업률이 상승한 것은 9.1%로 정점을 찍었던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 지표도 석 달 만에 하락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5월 제조업지수가 전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5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 4월에 증가세였던 제조업 지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한때 개선 조짐을 보이던 미국 고용시장이 다시 악화한 것은 무엇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과 스페인 은행 위기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5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개월 만에 하락해 경기 위축(50)에 가까운 50.4를 기록한 데다 1분기 인도 경제성장률이 5.3%로 곤두박질치는 등 신흥국 경기마저 급격히 둔화하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11월 대선 이후 감세 정책이 끝나는 동시에 급격한 재정 긴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실업률 상승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경기부양(3차 양적완화)에 나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경우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