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만 둔 제 2대 숙명여대 학군단장 박대식 중령
여자 학군단 처음엔 생소했지만 후보생들 열정 넘쳐…체력도 특급
올해 지원자 중 38%는 학군단 들어오기 위해 숙대 입학…삼수생도 있어
한영실 총장, 숙대 출신 '최초 4성장군' 기대




2010년 9월, 국방부로부터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ROTC) 설립을 인가받은 숙명여자대학교는 환호했다.

'국내 최초 여대 ROTC'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2008년 취임 당시 한영실 숙대 총장이 밝혔던 ‘축구하고 군대가는 여대생을 만들겠다’는 꿈은 2년 만에 이뤄졌다.

학군단 창설 이후 1년5개월이 지났다. 숙대의 제 2대 ROTC 단장인 박대식 중령(50·사진)은 사상 첫 여대 학군사관 후보생들의 임관을 앞두고 있다. 31일 박 단장을 만나 여성 후보생을 길러내는 소감을 들어보았다. 지난해 12월29일 부임했으며 육사 44기다.

그와의 인터뷰는 한시간 가량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숙대 학군단에 부임할 당시 느낌은.

"강원도 영월에 대대장으로 있다가 이곳에 발령을 받았을 땐 매우 생소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와봤더니 생각보다 외형적인 부분이 잘 갖춰져 있었다. 전임 단장이나 군사학 교수들도 세심하게 후보생들을 잘 가르쳐주신 것 같다."

흔히 여대생들은 국가 안보의식이 남학생에 비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안보 의식이나 국가관이 부족한 사람은 지원 자체를 안한다. 우리 후보생들은 안보관이 투철하다. 군인 가정의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다. 올해 후보생 3기 면접을 봤는데 지원자 53명 가운데 20명이나 학군단에 들어오기 위해 숙대에 입학했다고 하더라. 학군단 지원을 위해 휴학까지 한 재수생이나 삼수생도 5명이나 있다. 여대에 학군단 열기가 대단하다."

후보생들의 첫 인상은 어땠나.

"부임하자마자 바로 괴산에서 2기(3학년 후보생)들이 기초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전투복을 입고 이병훈련을 했는데 굉장한 열정을 보였다. 남자 후보생들과 다를 바 없이 의욕이 넘치고 의지가 대단했다. 심지어 훈련 중 다리를 다친 후보생이 있었는데 목발을 집고도 계속 훈련에 참가해서 감탄했다."

기초군사 동계 입영훈련에서 전국 110개 학군단 가운데 종합 1위를 차지했는데.

"그렇다. 올 1월 동계 기초 군사훈련 7개 과목 종합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실기평가뿐 아니라 필기평가와 훈육 등 다양한 종목이 있었다. 아무래도 필기는 여학생이 잘한다. 사격이나 제식 등 실기에서 불리한 면도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우리 생도들이 남자 생도보다 뛰어나다."

확실히 체력면에선 남자 후보생에 비해 불리할 것 같은데.

"선천적으로 남녀의 체격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1대1로 따지면 여자가 뒤쳐진다. 학군단의 체력 기준도 여자 후보생이 조금 더 낮다. 하지만 군에 들어가면 남자 병사들을 지휘하기 때문에 체력도 남자에 근접하게 도달했으면 한다. 들어올 땐 2급이나 등급 외를 받은 아이들도 1년간 꾸준히 트레이닝을 거쳐 특급 수준이 됐다. 우리 후보생들은 낮이든 밤이든 체력단련실에서 매우 열심히 체력관리를 한다."



후보생들 자랑 좀 해달라.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무엇보다도 의지가 뛰어나다. 도전정신과 열정이 대단하다. 학교생활하면서 덤으로 후보생의 생활도 해야하니까. 우리 학생들은 모두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전방의 병영 생활과 비슷하다. 매일 아침 6시 기상해서 학교과제 하느라 밤12시나 새벽1시 사이에 잔다. 참 대단하다."

매우 바쁜 것 같다. 구체적인 후보생의 일정은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면 근처 효창공원에 가서 운동장 3km를 달린다. 교정에 돌아와선 자유롭게 전공수업을 받는다. 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씩 군사학 과목 수업이 있다. 주말에는 단체로 등산을 가고, 방학엔 입영 군사훈련과 소아암환자돕기 마라톤대회 같은 봉사활동을 한다. 안보시설 탐방도 있다."

▶ 학군단장 부임 후 일어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느 날 집에있을 때 우리 애들 데리고 중국여행 간다고 말했더니 듣고 있던 아들 두 녀석이 좋아했다가 매우 실망한 일이 있었다. '우리 애들'은 숙대 후보생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후보생들을 친 딸처럼 생각하고 있다."

후보생들은 앞으로 어떤 과정을 밟나.

"2년 간 후보생활을 거친 뒤 소위로 임관해 2년4개월을 의무 복무한다. 직업 군인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고 전역 후 다시 사회로 나오기도 한다. 학교에선 재취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대기업에서 장교 출신을 많이 우대한다. 얼마전엔 삼성그룹에서 나와 후보생을 면접하고 갔다. 합격되면 일부는 전역과 동시에 취직하게 된다."

향후 계획은.

"1기들 임관을 앞두고있는데 임관종합평가(하계 입영훈련 4주차 실시)를 전원 우수하게 통과해 다른 지휘관들이 볼 때 숙대 출신 여군소위가 참 잘하더라는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다. 또 올해로 1기(4학년)와 2기(3학년) 체계가 잡혔는데 자체 지휘근무 제도를 활성화해 숙대 학군단 시스템이 잘 확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생들이 훌륭한 장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군 생활을 하셨는데 여성에게 군인이란 직업은 어떤가.

"여자 군인 멋있지 않나. 남자의 성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인데 점점 여성들의 파워가 세지고 있다. 2010년 여자 후보생은 숙대 30명 포함 전체 60명이었다. 현재는 250명이다. 60만 군인 중 여성 인력은 4.5%로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다. 한 총장은 숙대에서 최초 여자 4성장군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