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코믹 형사 캐릭터를 창조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고 뚱뚱한데다 ‘무대뽀’ 기질까지 갖춘 비호감 인물이죠. 하지만 관객들이 싫어하지 않도록 귀엽게 표현했어요.”

‘한류 스타’ 강지환(35)은 지난달 31일 개봉한 코미디영화 ‘차형사’(감독 신태라)에서 배불뚝이 D라인 형사 역을 해냈다. 그는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주 만에 20㎏을 감량하고 모델로 변신해 잠입한다. 저예산영화 ‘영화는 영화다’(130만명)와 코미디영화 ‘7급 공무원’(400만명)으로 흥행 홈런을 날린 그가 전작에 이어 신 감독과 두 번째, 영화로는 세 번째 출연한 작품이다.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7급 공무원’ 이후 코미디에는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작품에도 운명이란 게 있나 봐요. 이 코미디는 한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를 앞세워 비주얼로 승부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석 달 동안 살을 찌웠다 빼야 하는 게 문제였죠. 체중을 12㎏ 늘린 뒤 보정속옷을 입고 뚱보 역을 촬영했습니다. 실리콘 옷으로 대체할 수도 있었지만 코미디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지요. ”

그는 트레이너와 함께 3개월간 생활했다. 살을 찌우기 위해 닭가슴살에 밥을 비벼 하루 여섯 끼를 먹었다. 토하기도 했다. 그래서 닭고기를 믹서기에 갈아 먹었다.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은 살을 뺐을 때도 근육을 보기 좋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 일반인처럼 햄버거와 피자, 라면을 먹고 자면서 살을 찌우면 뺄 때 근육도 사라져 볼품없는 몸매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감지 않아 떡진 단발머리를 했지요. 우리나라에 이런 머리의 형사는 없을 거예요. 또 풍물시장을 뒤져 배트맨 벨트도 찾아내 차형사 캐릭터를 완성했어요.”

극중 모델로 변장해 무대를 걷는 장면에서는 모델 워킹을 배우지 않았다. 함께 런웨이를 걷는 톱모델 이수혁과 김형광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자태와 아우라가 달라요. 담배를 피워도 멋있어요. 저는 근육질 형사가 연기하는 방식으로 걸었습니다. 덩치 좋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 말이죠.”

코미디 수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대본과 상황이 재미있어야지, 적어도 내가 웃기려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현장은 진지했어요. 웃음소리도 나오지 않았아요. 관객을 화나게 하거나 울리기는 쉽지만 웃기는 일은 힘든 작업입니다.”

성유리를 파트너로 추천한 것도 호흡이 필요한 코미디 연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미디는 친밀감이 없으면 공연하기 힘들어요. 탁구공처럼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니까요. 성유리 씨는 사극 ‘쾌도 홍길동’에서 8개월간 작업하면서 친해졌죠. 그때도 티격태격하는 연기였어요. 그녀는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촬영 개시 1주일 전에 합류했어요.”

그는 지난 3월 제주도 한화리조트에서 500명의 ‘한류’ 팬을 모아 독특한 생일행사를 가졌다. 그가 만든 단편 영화 ‘킬러’를 보여주면서 극중 인물이 무대로 튀어나와 연기와 노래를 하는 콘서트를 펼친 것. 원래 뮤지컬로 데뷔한 그는 노래와 춤실력도 발군이다.

“‘카멜레온 배우’보다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톱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차형사가 제 꿈을 실현하는 동아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여자친구는 없지만 정말 결혼하고 싶고 이젠 그런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