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북스피어는 다음달 출간 예정인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안주》를 제작하면서 마케팅 비용 5000만원을 독자들로부터 모금했다. 10만원짜리 계좌가 모집 열흘 만에 목표액을 채우고 마감됐다.

공상과학(SF) 전문 출판사인 행복한책읽기는 새로운 도서 출간을 위한 계약 및 제작비를 독자들로부터 모금하기로 하고 조건을 제시했다. 모금액 1000만원이 모일 때마다 책을 1권씩 내고, 투자한 독자들에게는 5%의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것. 모금 1주일 만인 31일 현재 1000만원 넘게 모였다.

영화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네티즌 펀드(북펀드)가 최근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24일 출판사들과 협업하는 ‘독자 북펀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서 유통업체가 독자와 출판사의 연결고리를 제공한 사례는 알라딘이 처음이다. 알라딘이 문학동네와 함께 진행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재출간 프로젝트는 하루도 안 돼 목표금액 200만원이 채워졌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작가 장 지글러의 《대량살상-기아의 지정학》은 이틀 만에 목표액을 채웠다.

독자 북펀드 서비스에 대한 출판사들의 관심도 크다는 게 알라딘 측 설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의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다빈치 출판사),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부 시마다 소지의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두드림출판사), 한홍구 엄기호 홍성수 교수가 감시 사회에 대해 철학적·법적·인권적 관점에서 고찰한 《감시 사회》(철수와영희)도 독자 북펀드 대상 도서로 추가될 예정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