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수행자를 돈과 권력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불교계의 실천적인 수행자로 손꼽히는 도법 스님(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사진)은 31일 이렇게 말했다. 오는 5일부터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승려와 신도 등이 두루 참여한 가운데 열기로 한 10차례의 ‘사부대중 야단법석’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도법 스님은 “최근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스님들도 불법보다는 돈과 권력을 우선시하는 불교 현실의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다”며 “7일 종단이 발표할 쇄신안은 사찰의 재정 투명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구체화, 법제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가 수행자를 돈과 분리시켜 스님은 수행 및 포교, 신도는 사찰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는 얘기다.

다만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종단이 직접 관할하는 직영·직할 사찰과 재정 규모가 큰 특별분담금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사찰 등에서 우선 실시한 뒤 점차 전체로 확대할 것이라고 도법 스님은 덧붙였다.

도법 스님이 오랫동안 살고 있는 남원 실상사의 경우 이미 이런 방식으로 사찰을 운영하고 있다. 스님은 수행과 교화, 신자는 운영과 신행을 맡고 있어 스님이 돈을 만질 일이 없다. 도법 스님은 “주지 스님이 사찰 운영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경전 연구, 법회, 수행 등 수행자로서의 일에 주력하니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거룩함을 추구하는 종교 집단에서 세속적인 가치인 돈을 만져야 하는 게 현실인데 이를 가치 있게 쓰는 법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다”며 “서투른 수행자들이 돈을 만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부대중 야단법석’은 불교가 처한 문제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성역 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위기의 한국불교, 희망은 어디에’를 주제로 5~7일 연속 토론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24일까지 불교공동체, 수행문화, 출가·재가의 소통, 바람직한 사찰, 불교의 희망 등을 주제로 10차례에 걸쳐 매주 화요일 조계사에서 토론마당을 연다.

도법 스님은 “불교와 사찰의 존재 목적은 ‘뭇생명의 안락과 행복’인데 현안이나 현실에 밀려 이런 핵심과 본질을 놓치고 살아온 게 사실”이라며 “소수 특권층이 밀실에서 좌우해온 조계종의 문제를 광장으로 끌어내 사부대중이 주체가 돼 논의하자는 게 야단법석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님들의 도박사건으로 위기론이 팽배하지만 불교의 위기는 그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사상, 정신, 풍토, 문화, 제도, 관행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불교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에 저는 20년 전부터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도박사건으로 촉발된)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서 사즉생(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뼈아프게 참회하고 쇄신해야죠.”

도법 스님은 “재정 투명성만 확보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스님들이 수행자답게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면서 재정 문제는 관리·감독만 하도록 관심사를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승 총무원장 사퇴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원장이 사퇴하는 게 더 위험해 보인다”며 “참회와 안정, 쇄신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