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5% 감소…1000원 팔아 55원 남겨
상장사들의 올해 첫 성적은 저조했다.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화려하게 시작한 1분기 실적 시즌이었지만 전반적인 이익 규모는 줄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부진 탓에 상장사 5곳 중 1곳은 적자였다. 현대엘리베이터 GKL LG이노텍 등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서 주목받았다.

○1000원어치 팔아 55원 벌었다

3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결산법인 668개사 가운데 비교 가능한 635개사의 올해 1분기 실적(개별·별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291조49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5.64% 감소한 16조1824억원, 순이익은 8.92% 줄어든 15조1845억원에 머물렀다.

사업은 분주하게 벌였지만 실익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지난 1년간 7.24%에서 5.55%로 1.69%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55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순이익률도 6.29%에서 5.21%로 동반 하락했다.

○규제 리스크로 전기가스·제약 부진

매출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전기전자와 전기가스 업종이었다. 전기전자 업종(58개사)은 모바일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8조4228억원(16.96%) 늘어났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조7240억원(65.58%) 급증한 4조3531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18% 급증한 4조5113억원에 달해 업종별 이익 규모를 키웠다.

전기가스 업종의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6조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5012억원에서 1조275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대부분 기업이 흑자였지만 한국전력 홀로 적자 규모가 50% 급증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제약업종은 약가 인하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06% 급감했다. 운수창고와 의료정밀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대다수 업종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종이·목재 업종은 영업이익이 238.84% 급증했다. 지난해 말 이후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내리면서 제지 업종의 실적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69개사가 적자로 전환

분석 대상 635개사 가운데 505개사(79.53%)를 제외한 130개사(20.47%)는 순이익이 적자를 나타냈다. 69개사(10.87%)는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순손실 규모가 2986억원으로 가장 컸다. 대한항공 농심 대한전선 동국제강 넥솔론 등도 적자로 돌아섰다.

흑자로 전환한 기업은 37개사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분기 3558억원의 손실을 냈다가 올해 1분기 7778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조사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97.49%로 전년 동기보다 1.71%포인트 높아졌다.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이 2만71.20%로 가장 높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