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30일 오후 2시37분 보도


삼양사는 지난 5월1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올 1분기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앞으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평범한 자리였다.

하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달랐다. IR 다음날인 11일 삼양사의 거래량은 2월17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2만8000여주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은 14일부터 24일까지 9거래일 연속 삼양사 주식을 사들였다. 1990년대 초 이후 20년 만에 IR에 나서자 시장이 화답한 것으로 해석됐다. 삼양사가 베일을 벗고 특별한 IR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계열사 16개, 매출 5조원

삼양그룹은 창업주 고(故) 김연수 회장이 1924년 설립한 88년 역사를 가진 회사다. 식품 화학 의약 등의 분야에서 16개 계열사가 지난해 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양사를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삼양식품에서 제조하는 삼양라면을 삼양사에서 만드는 것으로 혼동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배경에는 B2B(기업간 거래) 위주의 사업구조와 극도로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 스와프 시점 ‘관심’

삼양그룹이 이례적인 IR 행사까지 열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현안이 있어서다. 삼양사는 작년 11월 지주회사(삼양홀딩스)와 사업회사(삼양사·삼양바이오팜)를 분리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김윤 회장(사진) 등 삼양그룹 오너 일가가 삼양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 체제를 완성하려면 홀딩스의 삼양사 지분을 현재 15.7%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삼양홀딩스 지분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총 37.2%로 적지는 않으나 개별적으론 최대주주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조차 4.59%에 불과하다.

앞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 사례에 비춰볼 때 삼양그룹 오너 일가는 삼양사 지분을 홀딩스에 내주고 홀딩스 지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홀딩스 지분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어서다.

이때 중요한 게 삼양사 주가다. 삼양사 주가가 오를수록 지분을 맞바꿀 때 홀딩스 지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오너 일가로서는 지분 교환 시점에 삼양홀딩스 주가가 낮고 삼양사 주가가 높은 게 유리하다. 삼양사가 IR에 나서는 등 주가에 신경을 쓰고, 기관이 삼양사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M&A·IPO 가능성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삼양그룹을 기업 인수 후보군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고 의지도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말 삼양홀딩스의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9310억원에 달한다. 삼양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제약회사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도 M&A 타깃으로 꼽힌다. 여기에 추가적인 식품업체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기업의 ‘빵집 소유 논란’에서 비켜나 있어서다.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여부도 관심이다. 그룹 전체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화학업체 삼남석유화학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2조4556억원, 영업이익은 1621억원에 달했다. 삼양그룹은 2월 SK케미칼과 합작사인 휴비스 상장을 통해 1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터라 이 회사를 상장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