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57)이 계열사인 스포츠토토의 박대호 대표(52)를 해임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31일 “대주주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자 해임하려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30일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과 공모해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스포츠토토의 김모 부장이 구속됐으며, 검찰은 비자금 조성 배후에 오리온 오너 일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화를 통해 “지난 4월19일 스포츠토토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오리온이 선임한 법무법인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다”며 “‘그룹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토토의 박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나섰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3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 중인 담 회장과 오리온그룹으로 비자금 의혹이 번지기 전에 무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또 “25일 강원기 오리온 대표 등 4명의 임원이 찾아와 담 회장의 문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담 회장은 문서를 통해 “두 차례에 걸친 인사권 수용 거부로 박 대표를 직위해제한다. 작금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조기 수습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3월30일 열린 스포츠토토 이사회에서 담 회장은 심복으로 꼽히는 정선영 부사장을 박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대표 해임안은 각자대표 체제 논란에서 나온 것이지 비자금 사건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