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책으로 고소득자의 급여 삭감을 들고 나왔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급여를 최저임금의 20배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사회주의자인 올랑드 대통령이 분배 중심 정책을 첫 카드로 내민 셈이다. 경제위기를 겪으며 미국 등에서도 기업 임원들의 높은 급여에 대한 주주들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국가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올랑드의 분배 중심 정책기조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올랑드 대통령이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공기업 CEO들의 급여를 최저임금의 20배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르노, 프랑스텔레콤 등 정부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도 CEO의 급여를 깎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공기업 CEO들 중 상당수의 급여가 대폭 깎이게 됐다. 현재 최저임금의 65배 정도인 155만유로(약 23억원)를 받고 있는 앙리 프로글리오 프랑스전력(EDF) CEO는 당장 연봉의 70%를 날리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분 15.9%를 갖고 있는 에어프랑스KLM의 전 CEO인 파리 앙리 고르존에게 40만유로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던지기로 했다. 에어프랑스KLM은 경영 악화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CEO 임금 제한은 올랑드가 연 100만유로 이상을 버는 부자에게 75%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공약과 같은 맥락”이라며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 세계로 확산되나

세계 각국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업 임원들의 급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6일 주주투표권을 강화하고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금융사 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최근 올해 중 기업 임원들의 급여를 깎고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의 보너스 지급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주주들이 CEO 급여 인상 등에 반대하는 ‘아큐파이 보드룸(occupy boardroom)’ 운동이 퍼지고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고 우수한 경영자를 고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갖고 있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루이 갈루아 CEO는 “재정 위기 상황에서 서로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업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이런 조치는 일시적으로만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