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얼마 전 제네시스로 바꿨습니다. 차가 참 좋던데요.” (19대 국회의원 A)

지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장. 한 초선의원이 현대·기아자동차 B 임원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제네시스 가격이 2000만원 정도 하나요? 예전에 쏘나타를 1000만원에 구입한 것 같은데….” B임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옆에 선 기자가 “제네시스는 4000만~7000만원대”라고 귀띔하자 A의원은 “국산차가 왜 이렇게 비싸냐. 폭리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B 임원은 “현대차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생산규모도 글로벌 5위 업체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인정 받고 있다.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맞받았다.

A의원은 다시 화제를 돌려 “아들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에 입사했는데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고 불만을 늘어놨다. B임원은 “기업인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뛰어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얼굴을 붉히고선 등을 돌렸다.

다른 자리에서는 국회의원 서너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당선자들이 함께 모이는 첫 행사인 만큼 안면이 있는 의원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여야가 제출한 복지와 일자리 관련 법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경제계 인사들은 명함을 교환한 뒤 회사와 경제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받았다. 공통된 주제가 없는 탓인지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 기업인은 행사장 전면 스크린에 소개되는 19대 국회의원 프로필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는 “국회의 초선의원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는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뒤늦게 참석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고생하신 경제계 어른들께 감사의 말씀과 존경을 표한다”며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고 앞장서서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날 행사엔 당초 국회의원 12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100명에 못 미쳤다. 17, 18대 국회의원들과 상견례할 때 참석자의 60% 규모였다. 행사장에는 전경련 측이 준비한 기념품 서너 박스가 남아 있었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