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 콜라와 호텔에서 파는 1만원짜리 콜라의 차이는 무엇일까. 할인점에서 파는 콜라는 단순한 음료수다. 똑같은 상품을 다른 곳에서도 팔기에 고객은 할인을 원한다. 할인점도 철저하게 비용 삭감을 한다. 이를 ‘프로덕트 셀링’이라고 부른다. 반면 호텔에서 파는 콜라는 안락한 환경에서 콜라를 즐길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이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들도 깎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비용을 삭감할 필요도, 규모를 키울 필요도 없다. 최고의 서비스만 요구된다. 이를 ‘밸류 셀링’이라고 한다. 가격 할인으로 승부하는 전략은 시장의 리더만이 할 수 있다. 시장이 성숙 단계일 때는 가격 할인보다는 가치를 높여야 한다.

《천원짜리 콜라를 만원에 파는 방법》은 일본 IBM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들도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 경영 이론을 이해하기 쉽도록 소설 형식으로 쓴 경영서적이다. 신상품을 기획하게 된 여주인공과 그녀의 멘토, 라이벌들을 내세워 경영 이론을 하나씩 설명한다. 일본에서 4개월 만에 15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고객 중심주의’로 회귀할 것을 주장한다. 고객 절대주의가 아니다.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들어주는 고객 절대주의를 지양하고 고객에게 자신들만의 가치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밸류 프로포지션’을 탐구하는 데 해답이 있다. 밸류 프로포지션이란 고객이 바라고 있고, 다른 경쟁사들은 제공할 수 없고, 자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자일리톨 껌이 대표적이다. 다른 회사들의 껌처럼 향기로 승부하지 않고 치아에 좋은 성분을 넣어 가격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고객이 말한 대로 만든 상품은 절대 팔리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른바 ‘고객 절대주의의 함정’ 때문이다. 일례로 A건설사가 회계시스템을 B업체에 팔기 위해 B사의 요구대로 최저가격으로 입찰했다. 결과는 최고가격을 제시한 C사가 선정됐다. C사는 B업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제공했다.

미국에서 철도가 쇠퇴한 이유도 제품 지향적으로 사고했지 시장 지향, 즉 고객 중심 사고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도 이용자가 차나 버스, 비행기 등으로 옮겨갈 때 철도회사 임직원은 ‘우리는 철도회사니까 상관없어’라고 여겼던 것이다. 철도회사가 아니라 운송회사라고 여겼더라면 대응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화장품 제조사들도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회사라고 생각해야 시장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