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90년대 문화를 환기시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영화 ‘건축학개론’ 동영상을 불법파일공유사이트에 올린 20대 여성 등 1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건축학개론’ 동영상을 제작·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윤모씨(3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윤씨에게서 건네 받은 동영상을 각자의 지인들에게 건네거나 불법파일공유사이트에 올린 김모씨(34·여) 등 1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문화·복지사업 업체인 P사 시스템관리팀장인 윤씨는 지난 3월20일 ‘건축학개론’ 배급·투자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로부터 영화 필름을 건네받았다.

군 시설 및 해외 한국문화원을 대상으로 한국 최신영화를 알리던 P사의 취지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공감, 개봉 이틀 전 영화 원본을 건넨 것. 윤씨는 그러나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김씨에게 ‘공짜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필름을 1GB 용량의 동영상으로 변환했다.

윤씨에게서 지난 4월5일 동영상을 건네 받은 김씨는 별 생각없이 메신져로 자신의 지인인 또 다른 김모씨(33·여)에게 해당 동영상을 건넸다. 이런 식으로 지인의 지인을 통해 몇 차례 돌던 동영상을 건네 받은 대학생 이모씨(20·여)는 지난 8일 해당 동영상을 한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렸다.

동영상은 다른 파일공유사이트는 물론 누리꾼들에게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뒤늦게 동영상 유출 사실을 알아챈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10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이었는데 파일공유사이트 등에 동영상이 유출돼 극장수익, 부가판권, 해외판권 등을 포함해 75억원 상당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3개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라간 것으로 파악했는데 정확한 다운로드 건수 및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이라며 “관련 부처 및 웹하드 협회 등과 협조해 파일공유사이트·P2P사이트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이버상에 범람하는 불법저작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