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종북(從北)논란’의 중심에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북한의 인권과 평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날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안 원장은 우선 “북한은 좋든 싫든 대화의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이 인권이나 평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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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유독 안 보이는 분들이 있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는 사상의 자유와 별개”라고 지적했다. 북한 3대세습 등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진보당 옛 당권파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종북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미다. 안 원장은 또 진보당의 부정경선과 관련, “진보정당은 기성 정당보다 민주적 절차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복지, 정의, 평화”라며 “이를 위해 (정치권의)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는 적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며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에 대해서만 싸우면 복지·정의·평화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모두 정책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하는데 과거의 프레임(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오늘이 국회 개원 일인데 원 구성도 제대로 안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는 상대방의 유력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서는 10년째 ‘어떤 분의 자제’라고 공격하고 한쪽에서는 지난 10년을 싸잡아서 ‘좌파세력’이라고 공격한다”며 이를 ‘구태’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이)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있다”며 “이런 게 낡은 체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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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저의 정치참여 요구는) 사회적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며 “이를 온전히 제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교만”이라고 했다. 안 원장은 “만약에 정치를 하게 되면 그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게 도리”라며 “지금은 그 과정 중이다. 결정하게 되면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안 원장의 신중한 답변과 달리 그가 ‘강연정치’를 통해 이미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공동정부론’ 제안에 대해서는 “이 시점에서 생각하거나 답할 문제가 아니다”며 “굳이 저를 거론해서 말했다기보다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철학을 보여주자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신뢰성과 지도력이 뛰어난 분이고 문 고문은 국정경영 부문과 인품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부산=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