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19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복지와 일자리 법안을 53개 쏟아냈다. 지난 총선 당시 화두였던 복지 강화 정책을 이행하고, 대선 화두로 떠오른 일자리 이슈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국회의원들의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공약 중 12개를 우선 선정, 이날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통합당도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등을 중심으로 한 법안을 냈다.

새누리당 법안은 일자리 확대와 사회 양극화 해소, 복지 정책이 주를 이뤘다. 정책위원회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하도급업체에 부당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진영 의원)을 발의했다. 대규모 점포의 중소도시 진출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손인춘 의원)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담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 일자리 관련 법안 4개도 제출됐다.

당과 별도로 노동부 공무원 출신인 윤영석 의원은 기업의 청년 고용 비율을 5%로 의무화한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냈다.

19대 국회 1호 법안의 영예는 새누리당 소속 비례대표인 김정록 의원이 차지했다. 김 의원과 보좌진들은 3일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밤샘 끝에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법’을 1호법안으로 냈다. 발달 장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우받는 행위 등을 차별로 규정하고, 국가는 발달장애인특별기금과 한국발달장애인지원공단을 설치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시·군·구별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복지 강화와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명숙 전 대표는 총선 공약인 ‘반값등록금’ 정책의 근거를 마련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고등교육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낸 대학의 구조조정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과 상충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춘진 의원은 무상급식 비용 부담을 정한 내용의 학교급식법을 냈고, 오제세 의원은 만 5세 이하의 표준보육비용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을 제출했다. 노인 계층을 위해선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월 2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기초노령연금법(한명숙 의원)도 개원 첫날 신고했다.

원혜영 의원은 경제인들이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의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냈다.

재계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복지와 일자리 정책이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 고용 비율을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복지 정책도 공약대로 늘릴 경우 누군가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후/이호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