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22년간 대구인구만큼 빠져나갔다…한달 평균 9245명 순유출
인구의 탈(脫)서울 현상이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의 인구이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매달 평균 9245명이 서울을 빠져 나갔다. 이렇게 22년 동안 빠져 나간 총 순유출 규모는 244만734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시 인구(250만7271명)와 맞먹는 규모다.

통계청 관계자는 “월평균 1만명 규모로 조금씩 줄어 체감도가 낮긴 하지만 비교 시점을 1990년으로 놓고 보면 엄청난 인구가 서울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는 서울 외곽의 신도시 개발, 2000년 이후에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값 폭등에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유입 인구 증가세는 통계청이 인구이동 조사를 시작한 1970년 29만3828명에서 1975년 45만956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1980년 16만4904명 △1981년 14만8382명 △1982년 13만1860명 등으로 연간 10만명 이상이 꾸준히 들어왔다.

하지만 정부가 1989년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사업’을 발표하면서 서울 인구는 본격적인 순유출세로 돌아섰다. 1990년 9만992명이 빠져 나간 것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한 해 동안 32만1898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반면 경기도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에는 본격적인 인구 유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가·주거비 부담…젊은 부부 '脫서울' 두드러져

서울서 22년간 대구인구만큼 빠져나갔다…한달 평균 9245명 순유출
산본신도시 또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3만명 이상이 유입되면서 신도시 면모를 갖췄다.

2000년대 초에는 신도시 건설 외에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 증가 등이 탈서울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선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1995년 이후 서울을 빠져 나간 사람들을 연령별로 나눠보면 △30~34세 46만8086명 △0~4세 33만6613명 △35~39세 24만4805명 순으로 나타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0~34세에 해당하는 젊은 부부들이 0~4세 자녀들을 데리고 서울 바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가정을 처음 꾸리거나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물가나 주거비 부담이 적은 비서울 지역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45세 이상 인구의 순유출 규모도 컸다. 실제 같은 기간 △45~49세 13만5350명 △50~54세 14만5415명 △55~59세는 13만3625명이 각각 서울을 떠났다. 자녀들의 대학 입학이나 직장 은퇴 등으로 굳이 서울시내에 거주할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서울로 향하는 교육 열기 덕에 대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20~24세 인구는 25만1343명이 서울로 순유입됐다. 10~19세 인구는 강남권 교육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할 즈음인 2000년부터 2011년까지 5만1241명이 유입됐다.

서울에서 빠져 나간 인구는 신도시 외에 경기도의 용인 화성 등 대기업들이 들어섰거나 남양주와 파주처럼 신도시가 건설된 곳에 대거 흡수됐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경기도 내 유입 인구 규모를 살펴보면 △용인 43만9121명 △화성 28만4241명 △남양주 18만5226명 △파주 16만7955명 등이었다.

서울 인구의 순유출은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400명, 2월 2900명, 3월 9000명에 이어 4월엔 8700명이 서울을 떠났다. 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의 인구 순유출 기록은 23년으로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