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에 사는 민병교 씨(75)는 몇 달 전 장염에 걸린 뒤로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 중병을 앓은 것은 아니었지만 후유증으로 잔병치레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 민씨에게 ‘똑똑한 건강관리사’가 생겼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양재천 유(U)헬스파크가 그 주인공. 이 공원은 단순히 운동하기 좋은 공간만은 아니다. 체력확충부터 영양까지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를 해준다. 웰니스(wellness) 서비스로 변화될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민씨는 “공원에서 걷기만 해도 운동량과 체지방 감소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내 몸 상태에 맞춰 운동 프로그램과 식단까지 만들어줘 항상 든든하다”고 말했다.

◆나만의 건강관리사

U헬스파크는 2010년 강남구청이 지역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대당 수십만원짜리 건강관리 정보기술(IT) 단말기를 제공하는 기존 헬스케어 사업은 높은 비용에 비해 사용자층이 노인 등으로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U헬스파크를 조성하는 데 들인 비용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구청 관계자는 “적은 예산으로 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건강복지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것일까. 해답은 IT와의 융합에 있다.

우선 U헬스파크 내 센터를 방문하면 누구나 체성분과 혈압, 기본 체력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영양사로부터 각자의 건강상태에 맞는 식단도 제공받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U헬스파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자태그(RFID)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카드에는 무선인식기능이 내장돼 있어 공원에서 운동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운동기구와 공원의 산책로 바닥에 300m 간격으로 매립된 RFID 리더기를 통해 운동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앞서 센터에서 측정한 체성분 및 체력 정보도 함께 저장돼 있다.

운동을 마친 뒤 공원 산책로에 설치된 4대의 키오스크에 카드를 대면 운동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운동량뿐만이 아니다. 운동 강도, 운동 빈도수, 목표 체중 등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과 식단을 만들어준다. 집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원 안에서도, 공원 밖에서도 건강관리가 가능한 셈이다.

◆신성장 비즈니스 모델

U헬스파크는 지역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을 넘어 하나의 사업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웰니스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헬스파크는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서울 강남구에 이어 경기 용인시도 오는 9월까지 4억5000만원을 들여 지역 내 동백호수공원에 U헬스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외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 비만 등 건강문제와 이에 따른 보험료 상승은 이미 사회적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U헬스파크 솔루션을 개발한 대양이티엔씨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지자체 및 대학교 관계자 등을 만나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노영희 대양이티엔씨 사장은 “공원은 지역 주민이 무료로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문화공간”이라며 “비용 대비 효용성이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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