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스팩株, '파느냐 사느냐' 기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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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큰손' 기관투자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스팩을 통한 인수·합병(M&A)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지만, 일부 거액자산가들에게는 스팩주가 '무위험 투자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스팩 시장의 큰손들은 내부적으로 스팩주를 더 매입하거나 펀드 추가 설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나오면 보유 중인 스팩주부터 1순위로 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환매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는 가장 먼저 스팩주를 정리해 현금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진자산운용은 지난 24일 히든챔피언1호스팩의 지분 1.04%과 키움1호스팩 0.94%를 포함해 8개 스팩의 지분을 0.6~1% 수준 매도했다.
동부자산운용 역시 히든챔피언1호스펙 키움1호스팩 등이 지분을 소폭(0.01%) 팔아치웠다. 스팩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머스트투자문 역시 지난 23일 미래에셋제1호 지분 2.51%를 처분했다.
두 운용사는 스팩 시장 초기 때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곳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은 스팩에 대한 사실상 '포기 선언'에 가깝다.
그러나 스팩주에 대한 사모 펀드 수요가 나오면서 기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펀드 설정에 대한 요구가 많지만 스팩 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설정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거액자산가들에게는 안정성이 중요한데 몇몇 스팩의 청산일이 3개월 안팎 다가오면서 스팩이 원금보장성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위험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스팩은 기본적으로 설립 이후 3년 내 합병 후 재상장을 못하면 투자금을 반환한 후 해산하게 된다. 실제 청산일은 그러나 설립 이후 2년6개월 이내에 합병 공시를 해야 한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 때문에 더 짧다. 합병 공시를 못하면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스팩, 미래에셋스팩1호, 동양밸류스팩은 각각 오는 9월 3일, 12일, 26일까지 합병을 공시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공모가 대비 15~20% 수준까지 빠졌던 스팩주 16개의 주가는 올해 들어 모두 공모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스팩주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는 정기 예금 이자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스팩은 공모자금의 95% 이상을 증권금융 등에 예탁해놓고 초기 비용은 발기인들이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청산까지 가면 하방 위험은 막혀 있는 셈이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스팩을 통한 인수·합병(M&A)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지만, 일부 거액자산가들에게는 스팩주가 '무위험 투자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스팩 시장의 큰손들은 내부적으로 스팩주를 더 매입하거나 펀드 추가 설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나오면 보유 중인 스팩주부터 1순위로 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환매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는 가장 먼저 스팩주를 정리해 현금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진자산운용은 지난 24일 히든챔피언1호스팩의 지분 1.04%과 키움1호스팩 0.94%를 포함해 8개 스팩의 지분을 0.6~1% 수준 매도했다.
동부자산운용 역시 히든챔피언1호스펙 키움1호스팩 등이 지분을 소폭(0.01%) 팔아치웠다. 스팩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머스트투자문 역시 지난 23일 미래에셋제1호 지분 2.51%를 처분했다.
두 운용사는 스팩 시장 초기 때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곳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은 스팩에 대한 사실상 '포기 선언'에 가깝다.
그러나 스팩주에 대한 사모 펀드 수요가 나오면서 기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펀드 설정에 대한 요구가 많지만 스팩 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설정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거액자산가들에게는 안정성이 중요한데 몇몇 스팩의 청산일이 3개월 안팎 다가오면서 스팩이 원금보장성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위험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스팩은 기본적으로 설립 이후 3년 내 합병 후 재상장을 못하면 투자금을 반환한 후 해산하게 된다. 실제 청산일은 그러나 설립 이후 2년6개월 이내에 합병 공시를 해야 한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 때문에 더 짧다. 합병 공시를 못하면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스팩, 미래에셋스팩1호, 동양밸류스팩은 각각 오는 9월 3일, 12일, 26일까지 합병을 공시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공모가 대비 15~20% 수준까지 빠졌던 스팩주 16개의 주가는 올해 들어 모두 공모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스팩주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는 정기 예금 이자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스팩은 공모자금의 95% 이상을 증권금융 등에 예탁해놓고 초기 비용은 발기인들이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청산까지 가면 하방 위험은 막혀 있는 셈이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