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왕 치하의 17세기 프랑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 안에서 작곡가 장바티스트 륄리와 화려한 바로크 예술을 꽃피우고 있을 무렵 궁전 밖에서는 성당마다 더 깊고 다채로운 음악이 울려퍼졌다. 궁전 음악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깊이 있는 교회 음악은 사람들의 영혼을 희망과 안식으로 가득 채우곤 했다.

프랑스 고음악 앙상블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은 17세기 프랑스 성당에서 연주되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들이 내달 5일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음악회를 연다.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은 프랑스에서 최초로 열렸던 공공 연주회를 부르는 이름. 현존하는 콘서트 시리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과거 교회나 왕궁의 통제 속에서만 가능했던 음악회는 이 이름의 연주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비발디의 ‘사계’ 프랑스 초연 등 음악 역사에 중요한 사건도 여기서 이루어졌다.

근대 클래식 음악회의 모태로 여겨지는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은 1725년 파리에서 시작됐다가 프랑스 대혁명으로 1790년 중단됐다. 1987년 지휘자 에르베 니케가 그 이름을 사용해 고음악 앙상블을 결성했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연주했던 레퍼토리를 현대에 다시 살려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의 연주에 대해 “어디서든 우아하고 활기차며 생동감 넘치는 색채, 자연스러운 리듬까지 갖췄다. 비옥한 음악에 지성과 열정, 진실성을 가득 채웠다”고 평했다.

부테이에의 레퀴엠, 브로사르의 스타바트 마테르 등 17세기 프랑스 교회음악으로만 구성된 이번 공연은 남성 성악가 12명의 중후한 목소리에 저음의 현악기와 오르간이 어우러진다.

프랑스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생동감 넘치는 선율이 ‘성당 사운드’를 재창조해낸다.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 니케는 “프랑스 사람들도 모르는 숨은 보석을 발굴하고 싶었다”며 “1650~1760년대 프랑스 작곡가들의 이름을 적는다면 10장 이상의 종이가 필요할 텐데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보다 작곡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레퍼토리를 짜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3만~7만원. (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