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ERP 제공부터 스파 서비스까지…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48)는 지난 3월 우리은행에서 마련한 특별한 서비스를 받았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여성기업인 ‘퀸스멤버’로 지정돼 국제구호 전문가인 한비야 씨의 강연을 듣고 토털메이크업·네일아트·스파로 이어지는 테라피 코스도 즐겼다. 다른 퀸스멤버 20여명도 같은 서비스를 받았다. 이 대표는 “행사 내용도 좋았지만, 은행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돼 든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가계 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우량 중소기업 사장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우량 중소기업 확보 여부에 따라 은행의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골프행사, 연말모임 등에 행장이 나와 ‘잘 부탁한다’는 정도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은행과 기업이 함께 커야 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경영컨설팅, 재무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기적으로 경제정보를 제공하거나 가업승계 과정 등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ERP 제공하고 비상시 자금지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올초 우수 중소기업 425개사를 장기거래기업·수출입우수기업·젊은CEO기업·여성CEO기업 등 5개 그룹으로 구분해 그룹별로 맞춤형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베스트멤버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 대표가 가입된 퀸스멤버는 이 중 여성CEO기업 그룹을 부르는 별칭이다.

베스트멤버로 선정된 기업에는 비상시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 주고, 우리은행이 개발한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우리ERP)을 3년간 무상 제공한다. 아울러 창업주 2세 등을 위한 가업승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민은행은 ‘KB최고경영자클럽’과 ‘KB히든스타500’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KB히든스타는 자체적으로 3단계 선정 과정을 통과한 우량 기업만 가입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148곳이 선정됐고 2013년까지 500곳을 채운다는 목표다.

국민은행은 이들에 전담심사역을 배치해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컨설팅 무료서비스, 환·무역 관련 교육서비스, KB투자증권을 통한 기업공개(IPO)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기업은행, 업종별 교류회 ‘차별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은행은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IBK최고경영자클럽’ 가입자는 벌써 1469명으로 수백명 수준인 다른 은행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손현상 기업은행 부장은 “주기적으로 저명인사 초청강연과 은행 경영진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며 “가입자 수가 많기 때문에 업종별 교류회나 경영성공사례 발표, 세계일류기업 방문 등 다양한 행사를 충실하게 개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고객 비중이 낮은 신한·하나은행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신한은행은 10년 이상 장기거래 우수고객에게 금리우대 및 경조사용품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프리미어클럽’ 제도를 지난 3월 도입했다. 지금까지 243개 업체가 선정됐다.

하나은행은 688개 기업을 ‘Win-Win클럽’으로 명명해 골프행사 등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다.

강동균/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